기후변화에 맞서는 환경파업 집회가 서울에서 21일,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 27일 열렸다. 스웨덴의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뉴욕에서 23일 열린 2019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연사로 나와 시민들의 행동을 촉구했다. 세계의 청소년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주도하면서 시민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같은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저탄소 경제로 조기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녹색기후기금 공여액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했다. 내년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발전 목표 달성을 위한 민관협력회의인 P4G 정상회의를 개최하겠다고 약속했다. ‘세계 푸른 하늘의 날’도 제안했다. 2022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6기를 더 감축할 예정임도 전했다.

기후과학자들의 예측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다. 산업혁명부터 지금까지 지구의 평균기온은 1도가량 상승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급증이 주원인이다. 기온 상승은 지역별 편차가 심하다. 어떤 지역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극지방은 4도나 상승했다. 해빙은 1979년 이후 연 13%씩 감소하고 있다. 해빙의 감소가 북극항로를 열어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해수면 상승을 일으킨다. 이런 현상이 무서운 것은 예측할 수 있는 ‘기후변동’을 넘어선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간의 기여는 95%에 달한다. 현재 기온을 유지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다고 한다. IPCC가 제안하는 것은 2100년까지 1.5도만 높아지는 수준에서 기후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5%로 줄여야 하고, 2050년에는 인위적 배출량이 인위적 흡수량과 균형을 이루는 ‘넷 제로’를 이뤄야 한다고 한다. 

기후과학자들의 예측에 대응하는 정부와 산업계의 전략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에너지기술전망(ETP)을 통해 알 수 있다. 평균기온 상승을 최소 2도, 가능하다면 1.75도까지 억제하는 게 합의 수준이다. 2도로 억제하려면 2060년까지 에너지 총수요를 현재보다 7% 증가에서 억제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전체 에너지 중 74%까지 높여야 하며, 연비도 높여야 하고, 탄소포집 기술의 혁신도 필수적이다. 과학기술과 산업의 역량을 모두 모아 대응해야 할 만큼 큰 과제라는 뜻이다.

중국발 미세먼지나, 기후변화를 믿지 않고 규제를 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등 세계적인 장애요인을 집어내면서 한국은 그럭저럭 잘하고 있다고 항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좀 더 전향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이니셔티브를 한국이 가져감으로써 산업 차원에서도 큰 혁신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조선업의 경우 기후변화 의제에서 한국이 선도적이고 지대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은 조선업 세계 1위 국가이다. 새로 만드는 배 중 3분의 1이 한국의 조선소에서 나온다. 해운은 장거리일수록 저렴하고 대량운송이 가능해, 세계 운송의 다수를 차지한다. 장거리 대량운송에서 선박을 대체할 수단은 없다. 또한 선박은 기후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해상 공해 물질의 40%가 선박에서 나온다. 선박연료는 경유와 중유 혼합물이기에 다양한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국내 조선업계의 대응은 국제해사기구(IMO)가 제안하는 선박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을 줄이기 위한 탈황설비 장착, 저유황연료 사용 등 방어적 수준을 크게 넘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발전기 연료를 고체산화물연료전지로 교체하는 기본설계를 선급에서 승인받았지만 주연료로 보면 연료전지는커녕 소형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에 LNG 연료추진선을 적용하는 수준이다. 연구·개발과 상용화가 만들 파급효과를 검토하면 기후변화협약은 조선업에도 광범위한 혁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연료전지 회사들과 조선업계가 긴밀한 결속을 맺고, 관련 소재와 부품 중소기업 참여를 독려하게끔 인센티브를 주고,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은 좋은 정책 방향이다. 연비 개선에도 힘이 부치는 중국 조선업의 추격을 완전히 따돌릴 수 있을 것이다. 선박 관련 설계와 고부가가치 장비 기술이 좋은 노르웨이는 100% 전기추진 크루즈 선박 ‘암페어’의 개발을 완료했지만, 아직 대형화 문턱은 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규모로 연구·개발 인력을 뽑고 있는 조선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를 정책이 힘을 주어 견인할 때다.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하는 21세기형 친환경 조선국가로 업그레이드할 기회다.

해양수산부는 친환경 고효율 선박 확보 지원 사업에 85억원, 노후 예인선 LNG 연료 추진 전환 사업에 28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연 50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산업의 질적 전환을 위한 예산치고는 초라하다. 한국은 GDP의 30%를 제조업이 만들어내는 세계 5대 제조업 강국이다. 한국의 ‘푸른 하늘’은 화석연료 발전소를 줄이는 것을 넘어 제조업 공정과 공장에서 나온 제품의 탄소 배출을 줄여야 완전해진다. 툰베리는 영국 플리머스부터 뉴욕까지 갈 때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운송수단을 찾다가 무동력 요트를 9일간 탔다. 세계의 선박을 책임지는 한국의 조선소들이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배를 만들어 툰베리에게 선물로 주면 어떨까.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전환의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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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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