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약간의 오해를 담은 한 기사에서 비롯되었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이미 같은 서울 서대문구 가좌동에 여러 채의 청년주택을 마련하여 공급해온 터였다. 서울, 부천, 전주에 걸쳐 총 12채의 주택을 마련하였고, 154명의 조합원에게 안정된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연희동에 있는 빈집을 재건축하면 13번째 주택이 생기고 수십명의 청년에게 고시원 같은 열악한 거처를 벗어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한 언론에 기사가 하나 실렸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서 성소수자도 배제되지 않는 주택이 성소수자를 위한 주택으로 소개되었다. 그렇더라도 무엇이 문제인가? 이미 옆 동네 망원동에는 ‘무지개집’ 사례도 있다. 하지만 ‘성소수자가 입주한다’는 보도를 계기로 인근 주민들이 구청과 의회에 집단민원을 넣었다. “성소수자를 위해 분양한다는 그 집은 50m도 안되는 거리에 초등학교가 있는 어린이 보호구역이다” “동성애가 합법화되지 않은 나라에서 남남 커플이 껴안고 돌아다니는 걸 뭐라고 교육할 것이냐” “초등학교 옆이든 아니든 퀴어하우스 자체를 반대한다”며 차별과 혐오가 난무했다. 

적법하게 지어지는 주택의 건축을 막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런데 분쟁을 해소하고 오기 전에는 허가를 할 수 없다고 뒷짐을 진다. 건축허가의 권한은 구청에 있다. 연희동의 주택사업은 서울시 공공사업의 일환이다. 서울시가 빈집을 구입하고 그 부지를 사회주택 사업자에게 빌려주는 토지임대부 사업이다. 서울시의 사업이니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주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구청의 협조가 없으면 뾰족한 수가 없다. 오히려 사업을 추진한 담당자는 왜 쓸데없는 오해를 만들어 곤혹스럽게 하냐는 심정일지도 모른다.

반대 주민들에게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자고 청했지만 할 말이 없다며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간신히 통화를 하여 청년들을 위한 주택이라고 설명을 하니, 청년주택도 허용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공공주택을 반대하는 흔한 레퍼토리이다. 청년이 많아지면 동네가 시끄러워진다고 난리이다. “청년들이 내 아이를 폭행하면 당신들이 책임질 거냐?”며 공공주택 사업자를 몰아붙이는 어처구니없는 생떼가 통하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성동구에 건설될 예정이었던 청년기숙사가 이런 민원에 막혀 백지화되었다. 성북구에서는 집값 떨어진다고 호들갑을 떨어 대학생기숙사의 건설을 막아서고 있고, 양천구, 성남시, 부산시 등 여러 지역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반대 민원이 일어 행복주택의 건설이 난항을 거듭하거나 취소되고 있다. 구의원, 시의원들이 발 벗고 나서 공공주택 반대에 동참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억지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소송을 걸 수도 있다. 실제로 영리 목적의 개발사업을 할 때는 법원판결을 받아 사업 지체에 따른 손해배상까지 받아 내기도 한다. 하지만 사업비용을 최대한 줄여 질 좋은 저렴한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처지의 비영리 사회주택 사업자가 빠듯한 예산을 쪼개어 소송을 진행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행정의 적극적인 문제해결 의지가 없으면 사회주택이나 공공주택 사업은 대부분 지체되고 중단될 수밖에 없다.

공공주택과 사회주택에 대한 억지스러운 반대의 이유는, 얘기를 듣다 보면, 결국 집값 하락에 대한 걱정이다. 그런데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공공주택이나 사회주택이 들어서면 주거환경이 좋아져서 오히려 주변 집값이 오르는 경우도 많다. 주택정책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보면 엄청나게 많은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지 않는 한 주변 주택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 집값 하락이 걱정스러워 공공주택이나 사회주택을 반대하는 건 근본적으로 사회통합에 반하는 집단 이기주의일 뿐만 아니라 기우이거나 허구에 가까운 것이고 사실상 자기 이익에 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연희동에서 어처구니없는 반대에 직면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계속해서 주민들을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얼마 전 구청에 건축허가신청서를 접수하였다. 부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한다.

<강세진 새로운사회를여는 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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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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