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여자친구들 몇이서 처음으로 1박2일 여행을 다녀왔다. 친구들과 그 시절 얘길 하다보니 세상의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이뤄졌는지 감회가 새로웠다. 집마다 어떤 가전기기가 있는지 공개적으로 손을 들라며 조사했던 이야기도 나눴다. 참으로 인권감수성이 없었던 때였다.

그때 나는 시골에서 전학 와서 언니 오빠와 대구에서 자취를 했다. 자취집엔 전화기가 없었다. 전화 걸 일이 있을 땐 전화국까지 가야 했다. 신청한 전화번호로 교환원이 전화를 걸어 연결해줘야 통화가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 내 손엔 스마트폰이 있다. 소형 컴퓨터를 들고다니는 셈이다. 음성통화도, 문자도, 화상통화도 가능하고, SNS 앱으로 언제 어디서든, 또 동시에 많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은행 업무도 주문도 결제도 할 수 있고, 길찾기 앱으로 아무 데라도 찾아갈 수 있다.

그땐 주말마다 ‘비둘기호’란 완행열차로 고향집엘 다녀왔다. 지금은 KTX로 17분 걸리는 그 길이 두 시간 넘게 걸렸고 그런 열차조차 하루에 두세 번밖에 없었다. 엄마가 매주 싸주시는 음식을 상하지 않게 보관해야 해서 자취방엔 자그마한 중고 냉장고가 있었다. 요즘 흔한 양문형 냉장고 용량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몇 년간 자취방에 TV가 없어서 주말에나 볼 수 있었다. 리모컨도 없었던 시절, 채널권을 두고서 얼마나 다퉜던지….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개인 시청까지 가능한데 말이다. 중2 때였나, 컬러 TV시대가 열렸다. 얼마나 놀랍던지!

올해로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꼭 40년이 되었다. 친구들과 얘길 나누며 다시금 우리 삶이 얼마나 편리하고 안락하게 바뀌어왔는지 새삼 느꼈다. 게다가 이런 변화가 한 사람 생애 절반의 짧은 기간 안에 일어났단 사실도 참으로 놀랍게 다가왔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대가를 수반한 것이었다. 바로 기후변화다.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었고 ‘에너지 노예’라 불리는 수많은 기계를 만들었으며 그 기계를 움직이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왔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와 특히 석탄 발전 전력을 너무나 쉽게 많이 사용해왔다. 산업화의 빠른 진행만큼 기후변화도 가파르게 진행되어 왔다.

기후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다행히 대응수단이 없지 않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절약하면서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에너지전환이 기후위기, 나아가 고용위기 해결의 현명한 대안들 중 하나다. 이를 위한 기술변화도 사회변화도 가능할뿐더러,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다. 오래 유지해온 전력기술이나 시장구조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기술 혁신과 함께 바꿔나가야 한다.

최근에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와 자율적인 계약을 통해 재생에너지로 특정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전력구매계약(일명 PPA)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재생에너지 100% 전력을 쓰겠다고 선언한 세계 굴지의 RE100 기업들이 계속 늘고 있다. 이미 191개다. 그리고 이 기업들은 이제 협력업체들에도 부품을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만들어 납품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기업환경이 바뀌고 있지만 RE100에 우리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PPA가 가능한 전기사업법 개정, 에너지전환으로 가는 여러 문들 중 하나다. 이제 그 문을 열어야 한다.

빠른 변화는 가능할 뿐 아니라 빠른 변화 없이는 생존조차 어려울 수 있다.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많은 일들이 예전에는 상상조차 못했거나 상상 속에 머무르기만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과학기술은 빠르게 발전했고, 그로 인해 사회도 바뀌고 사람들 생각도 바뀌어 왔다. 이미 기술은 있다. 이제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요구되는 변화를 더 빨리 만들어가야 한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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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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