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이 지면에 “어떤 ‘에너지 미래’를 만들 것인가”란 주제로 글을 썼다. 이정문 화백이 1965년에 그린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란 그림에서 35년 뒤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생활의 변화를 통찰력 있게 그려낸 걸 보고 우리의 에너지 미래를 상상해 보자고 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흔히 언급하는 2050년은 앞으로 30년 정도밖에 안 남았다. 앞의 그림에서 내다본 기간보다 5년이 더 짧다. 이 화백이 1965년에 상상한 재생에너지 이용은 기후위기를 주된 동인으로 더 강력하고도 빠르게 일어날 것이다. 에너지 전환은 이제 불가피하고도 비가역적인 세계적 흐름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있기 어렵다. 

오늘은 그런 에너지 전환으로 우리의 일자리가 어떻게 달라질지 상상해 보자고 말하고 싶다. 내가 어릴 때 동네엔 으레 연탄가게가 있었다. 겨울이면 김장하듯 겨우내 태울 연탄을 집집마다 창고 가득 들여놓는 게 일이었다. 이제 연탄배달부들이 별로 없다. 연탄을 연료로 쓰는 가정이 얼마 없기 때문이다. 또 좀 더 후엔 프로판가스통 배달부들이 있었다. 프로판가스로 취사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시가스가 보급되면서 그분들도 거의 사라진 것 같다.

과학기술 발전과 에너지 이용방식 변화는 생활의 변화와 더불어 일자리도 변화시켰다. 기술 변화에 따른 이런 변화는 막기 어렵다. 수용 여부를 결정할 여지가 별로 없다. 이러한 변화는 빨리 감지해서 대응하지 않으면 사회 혼란과 충격, 고통이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현명한 대응은 변화 추세를 먼저 읽어내어 변화 흐름을 좇아가기보다 선도하는 것이다. 변화된 일자리에 맞는 새로운 인력을 길러냄과 아울러 일자리 전환이 기존 일자리 종사자를 실업상태로 몰고 가거나 생계 곤란에 빠지지 않도록 재교육, 재훈련이 필요하고 촘촘한 사회복지 안전망이 필요하다.

에너지 전환은 바로 세상의 변화와 더불어 일자리 변화를 가져올 엄청난 사건이다. 에너지 전환이란 화석연료와 원자력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 주된 에너지원이 단순히 바뀌는 것 이상의 변화다. 공급지향적 중앙집중식 에너지체계에서 수요관리 위주의 분산적 에너지체계로의 전환으로,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과 함께 기존 일자리의 축소와 쇠퇴를 동반한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체계에서는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의 개발과 기기 설계 및 제작, 재생에너지 이용 기술 개발과 설비 설계 및 제조, 제품의 유통과 설치, 운영과 유지, 보수, 폐기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다양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효율 향상을 위한 사물인터넷(IoT) 이용이 활발해지고 지역적으로 소형화된 재생에너지 발전소 운영 기술과 전력망 운용기술이 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수요자원거래시장 운용이 활성화되고 에너지 프로슈머 간 거래까지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지난주 열린 아시아미래포럼 기조연설에서 “한국은 여전히 중앙집권화되고, 옛날 방식의 에너지 체계인 원자력과 화석 연료체계를 운영 중인데 이는 곧 쓸모없다는 게 판명날 것”이라며 “태양광과 풍력이 다른 에너지원보다 저렴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유공장, 파이프라인, 주유소 등은 가동을 멈추고 관련 산업도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화석연료시대가 저물어감에 따라 100조달러 규모의 화석연료 관련 설비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 발표했다. 석탄화력발전에 보험을 제공하는 것은 넷플릭스시대에 비디오에 투자하는 격이란 비유도 있다. 최근 영국, 스코틀랜드 해상풍력 가격은 39~41파운드/MWh로서 힝클리포인트C 원전의 93.5파운드/MWh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을 정도로 낮아졌다.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그래서 만들어질 일자리와 줄어들 일자리가 무엇인지 잘 판단해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기후만이 아니라 경제와 산업, 일자리도 바꾸고 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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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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