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남부 보덴호 근방에 솔라콤플렉스라는 기업이 있다. 다가오는 세번째 천년기를 앞두고 그 지역 30·40대 청년들이 이 시대에 요구되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을 찾던 중 설립한 사업체이다. 일주일에 걸친 세미나 끝에 그들은 에너지전환이 새 천년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결론을 내리고, 2030년까지 인구 26만명이 사는 이 지역의 에너지전환을 완수하겠다는 결의로 기업을 시작했다. 20명이 5억원으로 시작한 솔라콤플렉스는 그동안 크게 성장하여 18년째가 된 지금 출자자 1200명, 자산 1300억원 이상의 중견기업이 되었다. 학교 옥상에 작은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던 초기 사업은 이제 마을 전체의 에너지를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하는 큰 규모로 발전했다. 현재 솔라콤플렉스에서 1년 동안 생산하는 에너지는 전기와 열을 합해서 약 6000만㎾h에 달한다. 전기로 환산하면 약 2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솔라콤플렉스는 태양광발전소를 지붕이나 벽에만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땅 위에도 짓는다. 설치 용량을 따지면 땅 위에 있는 것이 지붕 위에 있는 것보다 훨씬 많다. 그런데 이 땅은 밭이나 숲이 아니다. 집을 짓거나 식물을 키울 용도로는 사용하기 어려운 쓰레기 매립지, 철거된 공장부지 등이다. 지금도 계속 비어 있는 땅을 찾고 있는데, 작물을 재배하는 밭에는 가능한 한 설치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들은 바이오에너지도 상당히 큰 규모로 활용하는데, 이것도 가축분뇨와 목재 찌꺼기가 대부분이다. 에너지작물을 재배하는 등의 사업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사회의 실현이라는 에너지전환의 목표와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2030년까지 에너지전환을 수치상으로만 100% 완수하려면 모든 수단을 활용해야 할 것 같지만 이를 거부하는 것이다.

얼마 전 정부에서 새만금 간척지를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단지로 활용한다는 ‘새만금 3020 비전’을 발표했다. 수십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인데,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 비중 20%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이런 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이 계획에 대해 지역과 야당에서는 크게 반발하지만, ‘새만금 비전’의 졸속적 변경이라는 반발 이유가 설득력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일각에서 제기되는 햇빛과 바람이라는 공공재를 대자본에 넘겨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더 귀담아들을 만하다. 물론 정부에서는 이런 비판을 의식하여 펀드 조성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지만, 이는 전체 사업의 극히 일부에 그칠 것이고, 새만금의 호수와 간척지에 들어설 수십조원의 태양광발전소 건설은 대부분 대자본의 참여로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햇빛과 바람이라는 공공재는 대자본이 독점하게 되는 것이다.

솔라콤플렉스는 독일에서 가장 큰 보덴호 물 위에 대규모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은 꿈도 꾸지 않는다. 지붕과 활용하기 어려운 땅에 지역주민들이 힘을 합쳐서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에너지전환을 통한 지속가능 사회의 실현에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정부기관이나 거대자본은 광활한 호수나 간척지에 원자력발전소 서너개와 맞먹는 태양광발전소를 한번에 건설하는 것이 수만개의 작은 발전소 건설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3020을 달성해야 하는 정부에서도 단번에 수치가 크게 올라가는 이런 사업을 선호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목표에 도달한다고 해서 에너지전환이 앞당겨지는 것은 아니다. 공공재 독점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커질 것이고, 에너지전환 반대세력은 이에 편승해서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해 악의적인 ‘왜곡정보’를 더 활발하게 퍼뜨릴 것이며, 이는 에너지전환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전환은 장기 프로젝트이다. 단기간에 성과를 올리려는 조급증은 오히려 일을 망친다.

<이필렬 방송대 교수 문화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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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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