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 속에 구름이 살고 있었다

자신이 쏟아부었던 분량의 소나기

그다음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무거운 지게를 지고 살았으면

소금쟁이가 됐을까

1초에 자기 몸길이 백배나 되는 거리의 물위를

가볍게 걸어다니는 소금쟁이가

물속에 사는 구름의 생에 앉아 있었다



저녁이면 풀섶에서 쓰르라미가 울었다

종일 두 앞발을 비비며 우는 소리

흐르는 시냇물에 번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여름 한철 온 생을 빌고 있다



그림자 한 점 없는 뙤약볕 시골길을 걷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미루나무 꼭대기

파란 연못에 내 전생이 환하게 보이다

까무룩 구름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아무도 없는 시골길

너무 환한 생의 정면과 적막이 무서워 울었다


권대웅(1962~)


연못의 수면에 구름이 비치었다. 활발한 구름은 한 차례 소낙비를 뿌렸다. 연못의 수면에 소금쟁이가 떠다니고 있었다. 연못의 수면과 연못의 수면에 비친 구름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구름도 소금쟁이도 지금의 시간 이전에는 무거운 생(生)을 짊어지고 살았다. 이제는 무게를 덜고 한결 경쾌해졌다. 풀이 무성하게 자란 수풀에서는 쓰르람쓰르람 쓰르라미가 울었다. 찌는 듯한 더위의 대낮에 시인은 시골길을 걷다 하얀 적막을 우연히 만났다. 그리고 올려다본, 훤칠한 미루나무 끝 하늘에서 전생의 환영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벽과도 같은, 깎아 세운 것 같은 적막과 딱 맞닥뜨리는 순간 생의 비의(秘義)를 보았다. 생명이 힘차고 왕성하게 자라지만 때때로 적막 산중 같기도 한 여름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문태준 |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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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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