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에 다시 촛불이 켜진다. 서울대·고려대엔 23일 밤 점화되고, 부산대 학생 커뮤니티도 그 얘기로 뜨겁다. 저마다 논문·장학금·입학 ‘특혜’ 시비가 일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이 적을 뒀거나 두고 있는 곳이다. 개강 목전이지만 촛불 제안에는 수백~수천의 글이 붙고 있다. 진보적 인사·정부를 성토하면서 태극기·성조기가 아닌, 촛불을 드는 광경도 이채롭다. 말 그대로 ‘조국 촛불’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최근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 후보자는 “국민 여러분의 따가운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서울대엔 “조국 교수님 부끄럽습니다”, 부산대엔 “정치적 스탠스가 아니라 원리·원칙의 문제”라는 글이 떴다. 고려대에선 “법무장관 자녀 문제를 공개 제기하는 게 무서운 로스쿨생”이라며 첫 촛불 제안자(졸업생)가 넘긴 바통을 ‘재학생 촛불집행부’가 이어받았다. 하나같이 언감생심 닿기 어려운 ‘고스펙’과 그걸 깔아주는 전문직 부모의 ‘학종 품앗이’, 유급자가 받는 ‘6학기의 면학 장학금’…. 학생 커뮤니티에는 조 후보자 딸의 꽃길을 바라보는 청춘들의 아픔과 화가 흘러간다. 법의 잣대를 따지기 앞서 새삼 목도하는 ‘특권’에 분노하고, 질 높은 스펙을 따라 ‘기회와 부’가 세습되는 세상에 다리 힘이 빠진다는 글이다. 행간에는 대화하고픈 ‘멘토’였고 닮고 싶은 ‘미래’였던 사람에 대한 낙담도 섞인다. 팩트와 설이 뒤범벅돼가는데 진솔한 소명도 청문회도 겉도는 불통은 실시간 단톡방 문화에 젖어 있는 20대의 역정을 키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율에서 22일 부정이 긍정을 앞서는 ‘데드크로스’가 9주 만에 일어났다. 도덕적 담론을 주도하면서 수신제가를 못한 ‘조국’이 뒤돌리기도, 막기도 어려운 장기판의 외통수가 된 셈이다. 

“우리는 20대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보름 전 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90년생이 온다>는 책을 선물하며 물은 말이다. 책에는 서로 피해주기도 간섭받기도 싫고, 워라밸은 중시하며, 세상은 법대로 순리대로 공정하게 가길 원하는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 그 90년대생이 지금 더 조국에 화를 내고 촛불을 들려 한다. 소설가 공지영은 조국을 지지하며 “촛불의 의미가 담긴 싸움”이라고 했다. 서로 촛불을 말하지만, 2016년 겨울 광화문에 켜졌던 촛불의 초심은 캠퍼스에 있다. 칼날 위에 선 조국이 엄중히 듣고 새겨야 할 ‘젊은 촛불’이다.

<이기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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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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