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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개 마스코트

경향 신문 2021. 4. 1. 09:49

30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SSG 랜더스 창단식에서 팀 마스코트인 ‘랜디’가 응원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공식 마스코트 ‘수호랑’은 귀여운 백호(白虎)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다. 1988 서울 올림픽 때 ‘호돌이’와 마찬가지로 한국을 대표하는 영물인 호랑이를 선정한 것이다. 그때 호랑이 대신 진돗개로 마스코트가 바뀔 뻔했던 일은 익히 알려진 얘기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마스코트 선정 마감 두 달 전에 진돗개로 바꾸라는 긴급지시를 내린 것이다. 조양호 평창 대회 조직위원장과 김종덕 문화체육부 장관이 부랴부랴 스위스로 날아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에게 통사정했지만 마스코트 변경은 끝내 불발에 그쳤다.

1896년 근대올림픽이 시작된 이후 마스코트가 처음 공식 채택된 대회는 1972년 뮌헨 하계올림픽이었다. 그 대회 마스코트는 독일 사람들이 많이 기르는 개 닥스훈트를 본뜬 ‘발디’였다. 냉전시대 ‘반쪽 올림픽’으로 치러진 1980년 모스크바,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 때 마스코트는 북극 아기곰 ‘미샤’와 독수리 ‘샘’으로 맞선 듯했다. 이처럼 개최국의 상징 동물이 마스코트로 무난하게 쓰였는데, 근래에는 각국이 자랑하는 자연환경이나 문화유산, 첨단기술을 형상화하기도 한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마스코트는 초능력 로봇 ‘미라이토와’다.

무생물 마스코트는 아무래도 생소한 터라 스포츠 구단들은 친숙한 동물을 마스코트로 삼는다. 호랑이·사자·곰·독수리·용·매 등이 세계적으로 많이 쓰인다. 황소·양·사슴·돌고래·가오리·방울뱀도 있다. 그런데 개는 거의 없다. 반려동물로 가장 친숙한 반면 강인하고 날렵한 스포츠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946년 딱 한 시즌 명맥을 유지했던 캐나다 프로농구팀 토론토 허스키스와 현재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팀 엘패소 치와와스, 미국 조지아 대학의 불도그스 정도가 해외 사례다. 국내에선 한국프로축구연맹이 1999년 K리그 마스코트로 진돗개 ‘킥키기’를 선보였는데 소리 소문 없이 금세 사라졌다.

올해 창단한 신생 프로야구팀 SSG가 개를 마스코트로 내세웠다. 이탈리아산 맹견인 카네코르소를 형상화한 ‘랜디’라고 한다. 용맹·강인·충성심을 표방한다는데, 마스코트가 독특한 만큼 새 바람을 일으킬지 두고볼 일이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오피니언 여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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