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은 일등 급우에게 칠판 지우기를 시켰다. 그러자 다들 하기 싫어하는 허드렛일이 다들 하고 싶어하는 일로 변했다. 선생님은 교실 바닥 청소는 힘센 아이에게 맡겼다. 대신 그 아이는 좋아하는 창문 옆자리를 차지했다. 지인이 전하는 초등학교 시절 교실 청소 풍경이다. 선생님의 현명한 처신으로 화목한 교실이 되었다고 그는 자랑했다.

학생의 교실 청소 문제는 해묵은 논란거리다. ‘청소도 교육’이라는 의견과 ‘청소를 강제하는 것은 비교육적 처사’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선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공간을 스스로 청소하는 것 자체가 교육이라는 주장에 반론을 펴기가 마땅치 않다. 학교는 지식만이 아니라 인성과 협동, 봉사를 가르치는 전인교육의 장소이며, 교실 청소 역시 이의 일환이라는 말은 틀리지 않다. 반면 학생들이 이용하는 학교 외부 교육시설은 왜 학생들이 청소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국공립도서관이나 각종 교육캠프도 교육 목적으로 사용하지만 그곳은 청소담당자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학교든 도서관이든 학생이 쓰는 공간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장소에 따라 청소 의무가 달라지면 안될 말이다.

교실 청소 문제는 학부모의 청소봉사 논쟁도 촉발한다. 여성 취업과 직장생활에 장애를 줄 수 있고, 치맛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한국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는 검찰이 학생들에게 교실 청소를 시킬 경우 아동 노동착취로 처벌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해당 도시만 아니라 전국적인 논쟁으로 번졌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교실 청소를 학교건물 관리직원이나 용역업체가 맡는 게 일반화돼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부터 서울의 공립초등학교 1~2학년 2800개 학급을 대상으로 청소용역비를 지원키로 결정했다. 청소하기에는 어리고 서툴러 결국 교사나 학부모가 맡게 되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비록 예산 부족으로 지원 대상이 제한되지만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한꺼번에 교실 청소에서 해방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오랜 교육적 논란을 해소하는 계기도 된다. 청소를 통한 교육적 효과는 얼마든지 대체가능할 터이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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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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