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대세습, 재벌세습에서 보듯 ‘세습’은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인다. 그렇다고 대를 이어 물려주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가까이에서 보고 배워 외부 사람보다 능력이나 기술이 더 나을 수 있다. 대물림되는 장인(匠人)과 노포(老鋪)가 사랑받는 이유다. 문제는 공과 사를 구분 못한 채 사유화하고 물려주는 일이다. 교회세습이 비판받는 이유다.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세운다고 한다. 사적으로 소유하고, 매매하고, 자식에게 물려줄 수 없는 공동체가 교회다. 교회가 공적기관이라는 사실은 목회자들이 더 잘 안다. 여론조사를 보면 목회자들의 교회세습 반대 비율이 일반인의 그것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다. 그럼에도 목회자 세습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것은 돈, 명예, 권력에 대한 욕망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목회세습을 일으킨 충현교회, 광림교회, 왕성교회, 금란교회 등은 모두 대형교회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가 확인한 세습교회 143개 중 80%에 해당하는 113곳이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있다. 가난한 시골에 세습교회는 한 곳도 없다. 

2017년 11월 담임목사를 아들에게 넘겨줘 세습 논란을 일으켰던 명성교회가 교단 재판국으로부터 교회세습이 무효라는 판결을 받았다. 서울 명일동에 있는 명성교회는 신자수 10만명의 초대형교회다. 창립자 김삼환 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과 세계교회협의회 총회 대표대회장을 역임한 ‘한국 개신교의 얼굴’이다. 교회 안팎에서 명성교회의 세습이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가 2013년 세습금지법을 교단헌법으로 채택해 이번 판결은 더욱 관심을 끌었다. 

교단의 판결로 김삼환 목사의 아들은 명성교회에서 담임목사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 이번 판결이 명성교회뿐 아니라 대형교회 세습에 경종이 되어야 할 텐데,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명성교회 측이 판결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하거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교회가 사회의 공기를 흐릴까 걱정이다. 담임목사 시절 김삼환 목사는 “모든 걸 다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에 따르라”고 설교했다고 한다. 명성교회가 창립자 김 목사의 말을 실천했으면 한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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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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