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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산업재해로 2020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1165명은 일 때문에 병들어서, 855명은 일하다 추락하거나 기계에 말려들거나 해서 죽었다. 산재 사망사고는 대부분 영세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사망자 다수는 비정규직·사내하청·특수고용직과 같은 불안정 노동자다. 생명보다 이윤의 논리로 작동하는 위험의 외주화가 주요인이다. 우리 경제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고용 피라미드의 맨 밑바닥에 있는 이들의 육신을 갈아넣어 지탱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런 섬뜩한 본질을 보여주는 사고가 2010년 9월7일 발생했다. 충남 당진의 한 철강업체에서 일하던 20대 김모씨가 전기로 위에서 작업하다 발을 헛디뎌 추락했다. 전기로에는 1600도가 넘는 쇳물이 담겨 있어 유족은 김씨 시신도 찾지 못했다. 제페토라는 필명의 누리꾼이 인터넷 댓글을 썼다. ‘그 쇳물 쓰지 마라’라는 제목의 조시였다. “광염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도 만들지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못도 만들지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두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 새끼얼굴 한번 만져보자, 하게.” 시는 입소문을 타고 퍼져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몇 년 전 가수 이지상씨가 이 시에 곡을 붙였다. 최근에는 하림씨가 이 시로 노래를 만들었다. JTBC 예능프로그램 <비긴어게인>에서 사려 깊고 다감한 모습으로 멤버들을 조용히 받쳐주던 그 ‘하빠’다. 노래는 선율이 단순해 슬프고 아름답다. 옛 서정적 민중가요 느낌도 난다. 한두 번 듣다보면 입에서 흥얼거리게 된다. 하림씨는 ‘그 쇳물 쓰지 마라’ 함께 노래하기 챌린지를 제안했는데, 가수 호란, 정의당 장혜영 의원,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일반 시민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김용균씨의 목숨을 앗아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 노동자가 숨졌다. 하림씨가 이 노래를 만든 것은 더 이상 불리지 않는 세상을 바라서일 텐데, 현실은 요원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기약이 없다.

<정제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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