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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여적

[여적]빨간 지구

경향 신문 2021. 4. 22. 10:05

서울 인왕산 정상 인근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바라본 서울의 모습. 이준헌 기자

지구의 나이는 45억5000만살쯤 된다. 우리와 해부학적으로 같은 호모 사피엔스가 이 지구상에 나타난 건 불과 20만년 전이다. 지구 나이를 24시간으로 생각하면, ‘자정 3.8초 전’쯤이다. 수렵과 채취에 의존하던 인류가 농업을 시작하면서 정착한 건 1만년 전 지질시대 홀로세에 접어들면서다. 대기과학자인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특임교수(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에 따르면 홀로세는 기후변동이 매우 작은 안정된 시기로, 인류가 우연히 만난 찰나의 기회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체온이 내려간다. 그런데 지구는 정반대 현상을 겪고 있다. 인류의 이상 활동으로 최근 극심한 열병을 앓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으로 지난 100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은 약 1도 상승했다. ‘겨우 1도?’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과거 1만년 동안 기온이 약 4~5도 상승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20~25배 속도다. 조 교수는 저서 <파란하늘, 빨간지구>에서 지구온난화 속도를 시속 100㎞로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가 갑자기 시속 2000㎞ 이상으로 질주하는 상황에 비유했다.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말한 대로 “우리 집(지구)이 불타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의 임계점을 1.5도로 잡았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산업혁명 이전보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 아래로 유지하되 1.5도를 넘지 않게 노력하기로 합의한 바로 그 기준이다. 당장은 별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 선을 넘는 순간 지구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그 어떤 개선 노력도 먹히지 않는 통제 밖 상황이 된다.

22일로 51회를 맞는 올해 지구의날의 주제는 기후위기다. 국내 300여 시민단체들이 참여한 기후위기비상행동은 21일 정부에 기존 목표보다 상향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은 기후위기 대응을 게을리해 ‘기후악당 국가’로 낙인찍혀 있다. 지금 세대는 기후변화를 인식한 첫 세대이자 그에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이다. 국가건 개인이건 예외 없이 지구별을 지키기 위해 구체적인 실천에 나서야 할 때이다. 더 늦기 전에‘빨간 지구’의 열을 식혀야 한다. 생명선 1.5도를 지켜야 한다.

송현숙 논설위원 s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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