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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실무협상 개최지로 관심을 모았던 스웨덴이 최근 다시 한번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왕실 스스로 파격적인 ‘특권 내려놓기’를 발표하면서다.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은 지난 7일 왕실 성명을 통해 칼 필립 왕자의 두 아들과 마들렌 공주의 세 자녀에게 왕족으로서 받게 되는 직함과 금전적 혜택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섯 손주는 ‘왕족’ 관련 직함을 쓸 수 없고, 왕가 일원에 지급되던 급여도 받을 수 없게 됐다고 한다.

스웨덴 지도층의 추상같은 도덕적 잣대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1946년부터 1969년까지 23년을 집권하며 스웨덴 복지국가의 틀을 완성해 ‘국부’로 추앙받는 타게 에를란데르는 총리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68살에 돌아갈 집 한 채가 없었다. 정부에서 월세를 내주던 좁은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사민당 동료 정치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집을 선물해준 일화가 유명하다. 그의 전임자 페르 알빈 한손 총리의 최후도 믿을 수 없을 정도다. 1946년 10월, 동료들과 늦은 저녁식사를 마친 뒤 ‘여느 때처럼’ 수행원 한 명 없이 전철을 타고 퇴근하다가 새벽 2시 반 전철 플랫폼에서 쓰러져 생을 마감했다. 1995년 스웨덴은 이른바 ‘토블론 스캔들’로 시끄러웠다.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출발해 당시 38살의 부총리이자 강력한 총리 후보였던 모나 살린이 업무용 카드로 토블론 초콜릿을 샀던 일이 보도되면서 결국 부총리직에서 물러난 사건이다. 초콜릿과 기저귀 같은 생필품을 4회에 걸쳐 구입한 액수는 2000크로나(약 34만원)였다. 2006년 문화부 장관 세실리아 스테고 실로는 텔레비전 수신료를 장기간 체납하고, 보모를 고용하며 합당한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명 열흘 만에, 통상장관 마리아 보렐리우스는 보모와 가정부 고용세 탈루 혐의로 임명 8일 만에 장관직을 사임했다.

스웨덴에선 지도층에 이처럼 완벽에 가까운 청렴함을 요구하고 기대한다. 지도층은 이에 부응하는 것을 당연한 책무로 여긴다. 시민들은 왕실에 대한 사랑, 정치인에게 높은 신뢰를 보내는 것으로 화답한다. 함께 밀고 끌어온 신뢰와 사회발전의 선순환이다. 이런 ‘비현실적인’ 미담들을 보고 있노라니, 한숨과 슬픔이 함께 밀려온다.

<송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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