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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여적

[여적]씨티은행의 철수

경향 신문 2021. 6. 9. 10:06

한국시티은행 / 서성일 기자

미국에 본사를 둔 씨티은행과 거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우쭐하던 시절이 있었다. 서울에 지점을 설치한 것은 1967년이지만 한동안 기업금융만 취급했다. 개인고객과 거래한 것은 1980년대부터였다. 당시 개인자산관리(PB·프라이빗 뱅킹)를 국내에 도입한 PB 원조이기도 하다. 국내 은행과 차별화한 서비스를 펼친다는 입소문이 난 1990년대 이후 지점망을 늘렸다. 2004년 한미은행과 합병해 한국씨티은행을 설립한 뒤 본격적으로 영업망을 확충했다. 예금과 투자상품 등 10억원 이상 자산을 운용하는 VVIP 고객은 ‘씨티 프라이빗 클라이언트(CPC)’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전담 직원이 여행이나 공연 등을 추천하고 예약까지 해주는 ‘컨시어지(관리인)’ 서비스도 출시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한국이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한국씨티은행은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미국은 한국과의 통화스와프에 미온적이었다. 당시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 미국 씨티그룹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면서 극적으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수 있었다. 씨티그룹을 이끌던 로버트 루빈 회장은 재무장관을 지낸 거물이었고, 윌리엄 로즈 부회장은 뉴욕연방은행 총재와 절친한 사이였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자기들의 공로를 강조했지만, 실제론 한국씨티은행 인맥을 활용한 성과였다.

하지만 한국씨티은행에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사회공헌에 인색하다는 점이다. 은행연합회가 펴낸 ‘2019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를 보면 한국씨티은행의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활동 지출은 4.2%에 그친다. 신한은행은 10.7%, 우리은행은 9.1%를 사회공헌에 썼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씨티은행의 3년간 당기순이익은 7895억원인데, 미국 대주주에 보낸 배당금은 1조933억원에 이른다. 국내 금융사 같으면 금융당국이 팔을 비틀어서라도 고배당을 만류했겠지만 외국 회사이니 강제할 수도 없다.

한국씨티은행이 이익률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소매금융 매각을 준비 중이다. 국내 금융업계에도 PB 사업이 보편화해 이익이 줄어들자 철수하는 것이다. 한국 소매시장의 단물이 빠지자 외면하는 듯해 씁쓸하다.

안호기 논설위원 haho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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