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의 변증법은 ‘부정의 부정의 법칙’이다. 원래 있던 것(正)은 다른 형태로 부정(反)되는데, 이 다른 형태는 다시 부정되어 원래의 형태(合)로 돌아간다. 그런데 원래 있던 것과 부정되어 원래 형태로 돌아간 것은 같지 않다. ‘지양(止揚)’을 통한 발전이 변증법이다. 마르크스는 헤겔 변증법을 역사에 끌어들여 5단계설을 제시했다. 인류 역사가 공산제-노예제-봉건제-자본주의-공산주의로 나아간다는 역사발전론이다. 두 사상가가 공유했던 믿음은 ‘역사의 진보·발전’이다. 

다윈의 진화론은 역사발전론을 더욱 확신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발전은 영원할 것이라고 믿게 했다. 고대-중세-근대의 구분도, 로스토의 경제성장 5단계설도 모두 발전사관의 산물이다. 그러나 인류가 발전사관을 추종한 것은 300년도 안된다. 계몽사상가들이 이성과 역사의 발전을 말한 18세기 이후다. 오랜 기간 인류에게 어떤 최종 목적지를 향해 발전해야 한다는 역사의식은 존재하지 않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10월17일 (출처:경향신문DB)

근대 문명사회에서 발전의 기준은 물질의 풍요, 즉 재화와 서비스 확대다. 발전의 척도는 삶의 질이 아닌 양적인 성장이다. 자연을 훼손해 자원을 캐내어 헐값에 넘겨도 국내총생산(GDP)은 오른다. 농민을 강제노역에 동원하고 제공한 임금 역시 GDP에 반영된다. 서로 돕고 배려하는 공동체 삶 따위는 GDP에 계상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발전사관에서 자연환경 보호와 같은 생태적 가치가 배제돼 있다는 사실이다. 생태문명의 시각에서 보면 발전은 수탈, 착취, 파괴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아마존 원주민 카야포 부족의 라오니 메투크티레 족장이 지난 15일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아마존 개발을 작심 비판했다. 라오니 족장은 “아마존 숲과 원주민들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며 “벌목과 파괴를 지속한다면 백인들을 포함해 우리 모두 이 땅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우리 원주민들은 숲과 자연을 통해 숨을 쉰다”며 “자연과 더불어 살기를 원한다”고도 했다. 아마존 지키기는 원주민의 문제만이 아니다. 지구의 생존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발전사관을 버리고 생태문명으로 전환해야 한다. 모두가 부를 누리는 발전은 없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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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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