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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옥중 경영

경향 신문 2021. 2. 25. 09:4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달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연합뉴스

주식회사는 회사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가 주인이다. 이런 주식회사에서 경영자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바로 횡령과 배임이다. 횡령은 회사 재산을 빼돌리는 행위다. 배임은 주주 이익에 위배되는 결정을 해 손해를 끼치는 것이다. 횡령과 배임은 주식회사 제도의 뿌리를 흔드는 심각한 범죄로, 자본주의가 발달한 사회일수록 처벌이 엄격하다.

최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취업을 불승인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서울행정법원에서 패소했다. 2018년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박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에 금호석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에 법무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행을 저지르면 취업을 제한)에 따라 박 회장에게 취업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에게 어린이집·학교 등의 취업을 막는 것처럼 횡령·배임 기업인에게 취업을 제한한 것이다. 이 점에서 박 회장의 패소는 재벌들을 향한 경고 메시지가 되기에 충분하다.

재벌이나 대기업 총수를 ‘오너(owner·주인)’라고 표현하지만 이는 부적절하다. 국내 굴지의 기업인 삼성·현대차·LG·SK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이재용·정의선·구광모·최태원 등 총수 지분은 10%도 안 된다. 박 회장도 금호석화 지분이 7.2%에 불과하다. 그러나 총수들은 횡령·배임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도 주인 행세를 하고, 심지어 수감 중에도 ‘옥중 경영’을 해왔다. 모 그룹 회장은 복역 1년5개월간 1700여번이나 변호사 접견을 하며 회사 경영을 좌지우지했다. 또 다른 그룹 회장은 옥중 경영을 하면서도 무보수라서 ‘취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대로라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옥중 경영은 불가능하다. 취업제한 시점이 ‘유죄 확정부터’이기 때문이다. 앞서 법무부는 이 부회장을 취업제한 대상자로 통보했다. 한국 경제에서 이 부회장의 비중은 막대하다. 그러나 주식회사 취업제한은 자본주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위법행위 관여자는 주요 보직에서 배제한다’고 했다. 이 부회장과 삼성이 새겨야 할 일이다.

오창민 논설위원 riski@kyunghyang.com


 

오피니언 여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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