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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위험한 ‘추캉스’

경향 신문 2020. 9. 23. 10:37

추석이나 설 연휴에 고향을 찾는 대신 여행을 떠나는 게 트렌드가 된 지 이미 오래다. 명절에는 꼭 고향을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약해졌고, 귀성·귀경길의 짜증나는 교통정체를 감수하기 싫은 이들도 늘어났다. 매년 명절 때마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늘어선 해외여행객들이나 여행지 콘도에서 차례를 지내는 가족들을 비추는 TV 뉴스는 이제 익숙하다. ‘추캉스(추석+바캉스)’라는 말도 생겼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맞는 올해 추캉스는 예년과 조금 다를 듯하다. 대부분의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면서 국내 여행객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감염을 걱정해 고향방문을 자제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만큼 여행 수요가 증가하는 풍선효과도 예상된다. “어머니, 코로나19 때문에 이번에는 못 내려가겠어요”라고 하고는 긴 연휴를 활용해 여행을 떠나는 자식들이 많아질 것이란 의미다. 제주도는 추석연휴에 30만명의 여행객들이 몰릴 것으로 추정했다. 동해안의 대형 리조트들은 이미 예약이 100% 완료됐다고 한다.

추석 특수를 반기는 일부 지방자치단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코로나19 재확산의 불씨가 될까 조마조마한 모습이다. 수도권의 코로나19가 여행객 때문에 지역으로 번질까 우려하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은 지역 경제에도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에 가급적 오지 말라”고 호소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한 청원인은 연휴 기간 제주여행을 금지시켜달라고 했다. 방역 당국도 바빠졌다. 민족 대이동은 물론 추캉스 인파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차단을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추석에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면 보수단체들의 8·15 광화문집회 때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명절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가을, 겨울의 일상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추석 후 안정된 일상을 누리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올 추석에는 잠시 멈춤에 동참하자.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현수막이 어느 마을에 내걸렸다. 어머니가 그리워도 효자라면 고향 방문을 자제하자. 푸른 가을 하늘이 유혹해도 나들이는 참아야 한다. 이번 추캉스는 너무 위험하다.

<박영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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