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반 칼럼

[여적]윤며들다

경향 신문 2021. 3. 17. 09:49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 ‘미나리’에서 순자를 연기한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연합뉴스

메릴 스트리프(72)는 미국 아카데미상 후보로 21차례나 지명되고 3차례 연기상을 받아 당대 최고 배우로 꼽힌다. 1980년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로 조연상, 1983년 <소피의 선택>과 2012년 <철의 여인>으로 주연상을 받았다. 윤여정(74)은 최근 외신들이 “한국의 메릴 스트리프가 아니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나는 한국 사람이고 한국 배우다. 내 이름은 윤여정이고, 나는 그저 나 자신이고 싶다.” 윤여정은 쿨하다. 그래서 멋지다. 영화 <미나리>가 지금껏 미국에서 받은 91개 상 중 32개가 윤여정의 여우조연상인데 그 소감 또한 쿨하다. “나라가 넓으니까 상이 많구나 생각한다.”

윤여정은 솔직하고 유쾌하다. 그래서 누구와도 잘 통한다. “어우, 내 정신 좀 봐! 나 증말~.” 언제 어디서든 가식은 없다. “나는 배고파서 연기했는데 남들은 극찬하더라. 그래서 예술은 잔인한 거야. 배우는 돈이 필요할 때 연기를 가장 잘해.” 세상 어느 배우가 이런 얘기를 거침없이 할 수 있을까. “나는 작품을 고를 수 없는 생계형 배우다” “‘주인공 아니면 안 해’는 바보짓이다”도 울림이 큰 그의 말이다.

윤여정의 팬이라면 ‘윤며들다’라는 말을 알 것이다. ‘윤여정에게 스며들다’라는 뜻으로,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다. 그들이 윤여정에게 스며드는 이유는 솔직담백하고 쿨해서 ‘꼰대’ 같지 않은 그의 매력 때문이다. 이런 유행어가 있다는 말을 들은 그는 “비호감 1위 한 적도 있는데. 어머, 오래 살아야 해”라고 유쾌하게 답했다. 젊은 세대가 위로와 희망을 얻는다는 ‘윤여정의 탈꼰대 어록’도 등장했다. “우리는 낡았고 매너리즘에 빠졌고 편견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너희들이 뭘 알아’라고 하면 안 되죠.”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살면 된다. ”

데뷔 56년차 배우 윤여정이 올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의 <미나리> 출연은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한국에선 나보고 좋으실 대로 하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괴물이 될 수도 있다. 그게 매너리즘이다. 환경 바꿔 미국 가서 ‘왓(What)?’ 소리 들으면 ‘내가 노바디(Nobody)구나’ 하게 된다. 그런 게 도전이다.” 그의 도전에 아카데미도 ‘윤며들’ 날이 다가왔다.

차준철 논설위원


 

오피니언 여적 - 경향신문

 

news.khan.co.kr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