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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

[여적]읍소 선거

경향 신문 2021. 4. 2. 09:46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마친후 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해 1월 중국 광둥성 산터우의 한 농장에서 주인이 암소를 도살장으로 끌고가려 했다. 그런데 소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한사코 버텼다. 새끼를 밴 소의 모성본능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이 모금을 한 덕에 소는 한 사찰에 입양됐다. 생의 벼랑 끝에서 극적으로 구원받았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흔히 인간과 동물의 차이 중 하나를 눈물이라고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눈물의 성분만 보자면 동물이나 인간이나 별다를 게 없다는 연구도 있다. 오히려 ‘쥐어짜내는 눈물’이야말로 인간의 전매특허가 아닐까.

2014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중 눈물을 흘렸다. 감정표현을 아끼는 그가 공개석상에서 흘린 첫 눈물이었다. 하지만 이 눈물을 두고 후에 ‘악어의 눈물’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군기무사령부가 ‘대국민담화에 감성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 문건을 KBS가 2018년 7월 폭로했기 때문이다. 마침 6·4 지방선거까지 앞둔 터여서 더욱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정치에선 때로 이성보다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TV 광고에서 눈물 한 방울은 천금의 무게가 있었다. 꼭 눈물이 아니더라도 감성 통로는 여러 갈래다. 이명박 후보는 2007년 대선 광고에 “밥 처먹었으니께, 경제는 꼭 살려라잉”이란 국밥집 욕쟁이 할머니를 등장시켜 서민 이미지를 부각했다.

4·7 재·보선에서 감성정치 경쟁이 뜨겁다. 여당은 요즘 연일 읍소하며 사과하느라 바쁘다.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들어 “국민 여러분께 간절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진정성 없는 대국민사과 퍼레이드”라고 비판한 국민의힘도 1일 오세훈 후보의 용산참사 발언에 대해 즉각 사과했다.

그래도 읍소는 낫다. 불붙은 민심을 꺼보겠다고 급조한 부동산 정책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것은 무책임하다.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성심을 다할 때 바윗덩이 같던 표심도 비로소 움직일 수 있다. 산터우의 소처럼 말이다. 설혹 질 때 지더라도 원칙은 지켜달라고 읍소하고픈 심정이다.

전병역 논설위원 junby@kyunghyang.com


 

오피니언 여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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