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8일 지면게재기사-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노래를 부른다. 촛불이 파도 타고 거리로 흐를 때도 어김없이 노래가 이어진다. 서로의 맘을 묶고 결기를 다잡는 데 노래만 한 게 없다. 광장엔 모두 알고 있거나,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들이 소환된다. 떼창곡이 많지 않던 1960년대 4·19집회와 6·3시위에선 애국가와 삼일절·광복절 노래도 불렸다. 한날 한곳에 있는 비장함을 공유하고, ‘대한사람 대한으로~’ ‘선열하 이 나라를 보소서~’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가사를 따라 감정이 이입돼 울컥해졌다고 한다.

집회시위곡이 대중화된 것은 1987년 6월항쟁이다. 유신·5공 시절 대학가·노동현장에서 부르던 금지곡 ‘아침이슬’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늙은 군인의 노래’ ‘선구자’를 도심 대형집회에서 합창했고, 운동가요 ‘님을 위한 행진곡’ ‘훌라송’ ‘그날이 오면’ ‘농민가’ ‘흔들리지 않게’도 자주 불렸다. ‘아리랑’과 ‘소나무야~’로 시작하는 독일 민요도 거리집회에서 불리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에서 통일은 민주로, 훗날엔 탄핵으로 확장됐다.

메시지가 짧고 강하게 반복되는 노래가 등장한 것은 촛불집회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뒷산에서 ‘아침이슬’을 들었다고 한 2008년 쇠고기 촛불집회에선 ‘헌법 제1조’가 공전의 히트곡이었다. 야간 옥외집회가 2009년 헌법불합치 판정으로 풀릴 때까지 촛불도 노래·시·율동을 섞은 문화제로 열린 시절이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촛불집회에선 ‘헌법 제1조’와 ‘아리랑 목동’ 개사곡인 ‘하야가’, 세월호 추모곡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가 단골 메뉴였다.

자유한국당이 만든 집회시위곡 ‘자유결전가’가 7일 공개됐다. 구호만 외치거나 ‘레미제라블’ 같은 번안곡을 틀던 보수집회로선 낯선 시도다. 노랫말은 ‘가슴에 뿜은 더운 피/ 이름 모를 그 마음들/ 싸울 곳에 죽어서 자유를 되살리리’(1절), ‘목청 터지는 그 이름/ 오직 자유 그 한마디/ 내 심장과 바꿔서 자유를 되살리리’(2절), ‘이제 돌아갈 수 없다/ 마지막 결전 나의 피로 살리라/ 어머니 내 나라’(후렴)로 이뤄졌다. 가사가 격하고 “부르기 쉽게 만들다보니 군가 느낌도 있다”고 자평한 노래는 ‘조국 반대 광화문 집회’에서 공개될 듯하다. 긴 싸움을 준비하는 표증으로 읽힌다.

<이기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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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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