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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객들이 영화 ‘장진호’가 끝났는데도 극장에서 자리를 뜨지않고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영화 예술은 파급력이 크다는 점 때문에 체제의 정치적 선전도구로 쓰여왔다. 독재자들이 특히 영화의 선전 효과에 주목했다. 히틀러가 괴벨스에게 독일영화연구소 설립을 지시, 나치 선전 영화를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1934년 나치의 뉘른베르크 전당대회를 기록한 레니 리펜슈탈의 다큐 <의지의 승리>는 이 분야의 최고 작품으로 통한다. 세계 3대 영화제의 하나인 베니스 영화제도 1932년 무솔리니 체제하에서 시작됐다. 군사독재 시절인 1960~1970년대 국내에서 수많은 반공영화가 제작됐다. 거장 임권택 감독도 반공영화를 여러 편 찍었다. 북한에서 지금도 체제를 선전하는 영화들이 만들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선전영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중국이다. 최근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되면서 중화주의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들 영화에선 중국이 세계의 리더로 등장한다. 2019년에 만들어진 중국의 SF 블록버스터 <유랑지구>에서는 중국인 우주비행사가 지구를 구하는가 하면 2016년작 <특수부대 전랑2>는 중국 특수부대 출신 주인공이 아프리카에서 난민을 구조한다는 내용이다. 반대로 언론의 자유를 옥죄고 비판 세력을 탄압하는 중국의 그늘을 담은 영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6·25 당시 장진호 전투를 중국의 시각으로 다룬 영화 <장진호>가 개봉 5일 만에 20억위안(약 3670억원)의 극장 수입을 올리며 역대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당시 미 해병대 제1사단 등 연합군은 압록강까지 진격했다 혹한 속에 개마고원 장진호 일대에서 매복한 중국군에 포위됐다. 이 포위망을 뚫고 흥남으로 퇴각하는 과정에서 1만80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미국 전쟁사에서 미군이 가장 고전한 전투로 꼽힌다. 중국군도 3만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철저히 중국인들의 애국심을 고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은 채 눈물을 흘리며 거수경례를 하는 중국인들의 사진들이 나돌고 있다. ‘항미원조(미국에 맞서 북한을 돕다)’ 전쟁 장면을 통해 미국에 대한 적대 의식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적중한 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에너지가 어디로 향할지 걱정된다.

이용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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