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나이 45억년. 고생인류의 출현은 300만년 전이고,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 대륙을 떠난 것은 5만년 전쯤이다. 인류 문명의 출현은 1만년도 되지 않았다. 인간의 수명은 기껏해야 100년 정도다. 지구 나이에 비하면 미미하다. 그런데 매일 해가 뜨고,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하게 빛나는 것, 그리고 비와 눈이 내리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긴다. 호모사피엔스의 눈에 세상은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6600만년 전 하늘에서 커다란 불덩이가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졌다. 지름 10㎞의 물체는 200㎞에 이르는 충돌 구덩이를 남겼다. 칙술루브 크레이터다. 먼지가 하늘을 가리고 전혀 다른 세상이 되었다. 낮에는 태양이, 밤에는 별이 뜨지 않는 암흑세계다. 많은 생명체가 멸종을 맞았다. 세상의 지배자였던 공룡도 같은 운명이었다. 대멸종 사태는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4차례나 있었다. 역설적이지만 대멸종은 포유류, 나아가 인류가 태어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너무 허황된 얘기라고? 불과 100여년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1908년 러시아 시베리아의 퉁구스카란 곳에서 대화재가 발생했다. 원인을 놓고 해석이 분분했다. 동심원상으로 나무들이 바깥쪽을 향해 쓰러져 있는 화재현장은 의심을 증폭시켰다. 연구결과 지구로 돌진하던 물체가 지상에서 터지면서 흔적을 남긴 것으로 분석됐다. 물체의 지름은 60여m에 불과했지만 8000만 그루의 나무를 전소시켰다. 유럽 중심부에 떨어졌다면 수백만명의 피해가 났을 것이라고 한다.

한국천문연구원이 25일 지구 근처로 접근하는 지름 160m짜리 소행성을 발견했다. 2026년에 지구 근처 426만㎞까지 접근할 것이라고 한다. 지구 근처 750만㎞ 안쪽으로 들어오고 지름이 140m를 넘으면 ‘지구위협 소행성’이라고 부른다. 연구원은 이 소행성을 ‘PP29’로 이름 지었다. 지구 충돌확률은 28억분의 1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발견된 지구위협 소행성은 83개에 불과하다. 아직도 검은 천체에서 어느 물체가 지구를 향해 달려오는지 다 알지 못한다. 퉁구스카에 떨어졌던 크기의 물체는 언제든 충돌할 수 있다. 지구가 절대적으로 안전한 행성이라는 생각은 접어야 하지 않을까.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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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