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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커피계의 애플

경향 신문 2019. 5. 7. 11:39

9세기 중엽 에티오피아. 한 목동이 염소가 딸기 종류의 식물을 먹은 뒤 기분이 좋아 들뜨는 것을 보았다. 그는 ‘신이 내려주신 것’이라면서 근처 수도원으로 가져갔다. 그러나 사제장은 ‘악마의 음식’이라고 저주한 뒤 불구덩이에 집어던졌다. 그런데 식물은 불에 타면서 감미로운 향기를 냈다. 이에 매료된 한 수도승은 불 속에서 꺼내 물에 타서 먹기 시작했고, 수도승 사이에 퍼졌다. 최초의 바리스타라고 할 수도승이 없었다면 커피의 역사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유럽 최초의 커피하우스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발한다. 여기에는 프란츠 조지 콜시츠키라는 폴란드 출신 터키 통역관의 영웅담과 관련이 있다. 그는 1683년 터키군이 빈을 포위했을 때 포위망을 뚫고 폴란드군과 연락해 폴란드 승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데 전쟁이 끝난 뒤 터키군이 서둘러 도망가면서 버린 콩에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낙타에 먹일 사료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콜시츠키는 아랍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어 이것이 커피 원두임을 알았다. 그는 빈 시장으로부터 받은 사례금으로 이 콩을 사고 커피 전문점 블루 보틀을 세웠다. 유럽 최초의 커피 하우스다. 

미국 커피전문점 브랜드 블루보틀이 서울 성수동에 국내 1호점 문을 연 3일 오전 가게 일대가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미국의 프리랜서 클라리넷 연주자인 제임스 프리먼은 2002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원예창고를 빌려 커피콩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커피 하우스를 블루 보틀이라고 이름 지었다. 유럽에 처음으로 커피를 전파했듯이, 새로운 커피를 세계에 전파하겠다는 뜻에서다. 블루 보틀은 커피업계의 애플로 불린다. 가장 중점을 두는 감성 마케팅이 애플과 유사해서다. 매장 분위기도 애플의 콘셉트를 따라서 단순화를 표방한다.

지난 3일 서울 성수동에 한국 블루 보틀 1호점이 개장했다. 미국 이외의 국가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개장 소식이 알려지면서 입장에만 5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고객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새 가게가 문을 열면 호기심에 많은 사람이 몰린다. 이것을 이른바 ‘오픈발’이라는 것이다. 블루 보틀은 장점도 있지만 맛이 별로고, 서비스가 느린 데다, 가격이 비싸며, 와이파이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등 지적도 많다. 한국시장 정착 여부는 초기 열풍이 식은 뒤에 가능할 것이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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