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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코로나19 출산

경향 신문 2021. 4. 8. 10:53

출산 관련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말은 이럴 때 씀직하다. 충남 천안의 30대 임신부 A씨는 지난달 29일 산통이 오자 남편과 함께 평소 다니던 산부인과에 갔다. 그런데 입원 대기 중 남편이 코로나19에 걸렸다는 통보를 받았다. 남편은 즉시 공공의료원으로 이송됐고, A씨는 밀접 접촉자로 산부인과 내 별도 공간에 격리조치됐다. 진짜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진통은 커져가는데 해당 병원에선 다른 산모나 신생아 등의 감염이 우려돼 손댈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병원들도 모두 입원이 어렵다고 했다. 그사이 A씨는 분만이 30% 정도 진행되는 위급상황에 처했다. 위기일발의 순간, 90㎞ 떨어진 홍성의료원으로 이송돼 가까스로 제왕절개 수술을 받아 건강한 딸을 출산할 수 있었다. 아기는 엄마와 함께 지난 3일 건강하게 퇴원해 치료 중인 아빠를 기다리고 있다. 출산 가족과 의료진에게 응원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팬데믹이 지구촌을 휩쓰는 동안 극한의 어려움 속에서 출산한 소식들이 각별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해 영국에선 무증상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엄마가 코로나19에 감염된 미숙아 쌍둥이를 출산하고 6주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이 밖에 확진자 엄마가 세 쌍둥이를 출산한 사례도 있었고, 코로나19 확진 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26주 만에 극소저체중인 850g과 770g 쌍둥이를 출산하고 아이와 산모 모두 건강을 회복한 일도 있다. 절망을 이긴 기적으로 모두 큰 박수를 받았다.

지난해 국내 출생아 수는 1년 새 10%가량 감소해 27만여명을 기록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30만명도 깨졌다. 감염 위험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당분간 극심한 저출생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공습과 포연 속에서도 생명은 탄생하고 있다. 극도의 불안 속에서 피말리는 인내의 시간을 견디며 태어난 아이들과 그 부모들, 그리고 한마음으로 새 생명의 탄생을 도운 손길에 응원을 보낸다. 극한상황을 이겨낸 만큼 무한의 행복을 누리기를 기원한다. 코로나19 속에서 출산을 기다리는 가족들도 안심하시라. 국내에서 코로나19 감염 후 출산 사례가 50건이 넘지만 수직감염이 보고된 바 없고, 모두 무사히 출산해 아이를 품에 안았다.

송현숙 논설위원


 

오피니언 여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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