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꽃 피는 제주의 봄은 바닷속에도 온다. 바위에 붙은 초록의 해초들이 물살에 팔랑거리고, 바위틈에 숨었던 해삼들도 봄볕을 따라 모습을 드러낸다. 제주 해녀들의 일상도 이때부터 바빠진다. 사철 바다에서 사는 해녀들이지만 3월 미역 채취를 시작으로 4월부터 본격적인 물질에 나선다. 해변 곳곳에서 테왁(해녀들의 몸을 띄워주는 두렁박)이 떠다니고, 가끔씩 물 밖으로 나오는 해녀들의 “호오~이” 하는 숨비소리가 들린다. 초보인 하군(똥군) 해녀들은 3~4m의 얕은 바다에서 일하지만 상군들은 10m도 넘는 깊은 바다로 잠수한다. 오후 들어 하나둘 밖으로 나오는 해녀들의 망사리에는 홍해삼과 전복, 돌멍게가 가득하다. 

해녀와 더불어 제주 바다의 명물이 돌고래다. 해안에서 쉽게 관찰되는 남방큰돌고래는 관광상품이 되었다. 제주 남서쪽 코발트색 바다에서 수면 위로 떼를 지어 뛰어오르는 돌고래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돌고래를 관찰할 수 있는 카페들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해녀들에게는 돌고래는 낭만적인 존재가 아니다. 해녀를 놀라게 하고 때로는 잡은 해산물을 낚아채기도 하는 훼방꾼들이다. “해녀 모두가 ‘배알로, 배알로’ 하며 동시에 외친다. 주위를 살펴보면 어김없이 돌고래 떼가 해녀 주위를 빙빙 돌고 있다. ‘배알로’라는 말은 (제주어로) 물 위에 떠 있는 해녀들의 ‘배 아래로’ 지나가라는 뜻이다. … 돌고래가 사라지자 잠수회장님의 지시로 다 함께 물 밖으로 이동했다. 돌고래가 지나간 바다는 물건이 없고, 상어가 올 수 있으니 대비해야 된다고 하셨다.” 제주에 정착해 해녀가 된 김은주씨가 수필집 <명랑해녀>에서 해녀와 돌고래의 만남을 묘사한 대목이다. 

해녀와 돌고래 모두에게 제주 앞바다는 삶의 터전이다. 지난달부터 제주 두 명물의 공존을 모색하는 실험이 시작됐다. 제주 서귀포시 모슬포수협과 무릉리 어촌계, 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테왁 망사리에 돌고래가 싫어하는 음파를 내보내는 장치를 부착함으로써 돌고래를 회피하는 실험에 들어간 것이다. 해녀들은 인어공주처럼 물질을 하고, 돌고래는 자유롭게 헤엄치는 공생의 제주 바다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아름다울 것이다.

<박영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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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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