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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 꼼수에 대해 민주당은 세 가지 선택지를 갖고 있었다. 최선은 위성정당을 창당하지 않고 미래통합당만 꼼수정당이라는 주홍글씨를 도드라지게 하고, 그럼으로써 집중적 응징의 대상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개정선거법의 가치와 집권여당의 명분을 챙기고, 동시에 선거에도 이길 수 있는 상책이다. 물론 위험이 따른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래한국당이 훨씬 많은 비례의석을 가져갈 것처럼 나타나니 입이 마를 것이다. 그러나 선거는 대세 물결을 타야 한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돌이켜보라.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선 투철한 신념이나 담대한 전략 중 최소한 하나는 갖고 있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그렇지 못함이 드러났다.

차선은 진정한 의미의 연합비례정당을 창당하는 것이었다. 소수정당의 대표성을 제대로 보장해주고자 하는 개정선거법의 취지가 제1야당의 몰염치로 인해 훼손된 마당에 집권여당이 중심이 되어 소수정당을 포용하고 일부라도 그 취지를 되살려낸다면 충분히 박수 받을 수도 있었다. 그 대상은 반드시 정의당이나 진보정당으로 국한되어야 할 이유도 없고, 소위 제3지대라고 불리던 중도정당까지 포괄할 수 있었다. 범여권 블록 내부의 합의정치를 실험할 수 있고 거기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국회의 모습을 보인다면 개헌 논의로도 이어질 수 있었다. 중도정당을 포용함으로써 지지기반을 중도층으로 확장할 수도 있었다. 이것을 위해서는 집권여당의 양보가 필요하다. 꼭 민주당 의석이 아니더라도 정책에 합의할 수 있는 정당이라면 연합할 수 있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그런 자세를 가지고 있지 않음이 확인되었다.

최악은 미래통합당과 하나도 다를 게 없는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것이었다. 기존 선거법하에서 양대 거대정당은 소수정당의 몫까지 빼앗아 먹으면서 적대적 공생을 해왔는데, 이제는 1 대 1 적대가 아니라 2 대 2 적대가 되었다는 것 말고는 과거와 아무런 차이가 없게 되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정당이 원 플러스 원이라니. 정당이 편의점인가. 결정적으로 개정선거법의 정신을 집권여당이 스스로 부정했기에 모든 명분이 사라졌다. 이제는 야당이 ‘4+1’은 공수처법을 위한 꼼수였다고 비난해도, 개정선거법은 처음부터 괴물이었다고 궤변을 해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그게 아니라는 근거를 스스로 없애버렸으니 말이다. 게다가 창당의 파트너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급조된 친조국, 정확히 말하면 조국 전 장관을 팔아 정치적 이익을 보려는 사람들이 섞여있는 정당들이다. 이제 서초동 대 광화문의 대결은 선거판으로 옮겨서 그대로 재연될 것이다. 

중도 및 소수 유권자는 정치적으로 대표될 나의 권리를 누가 훔쳐가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원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수파가 되지 못했다는 이유 하나로 전혀 대표될 수 없었던 소수의 의견이나 중도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였다. 그런데 두 거대정당이 위장 계열사를 만들어서 골목식당의 먹거리를 싹쓸이해 가려 하고 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위성정당은 소수의견이나 중도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의 권리를 훔쳐간다고도 할 수 있다. 20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고 했던가. 21대 국회는 그 이상을 보여줄 것임이 확실하다.

비판받아야 할 것은 양대 정당만이 아니다. 관련된 개인도, 소수정당도 책임을 나눠 가지고 있다. 먼저 최악의 꼼수를 들이민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조직과 공천을 떡 주무르듯 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아닐지 몰라도 실질적으로는 정당법, 선거법, 헌법을 모두 부정하고 있다. 법조인 출신인 황교안 대표를 비롯하여 관련된 개인들의 도덕적 책임이 크다. 민주당은 열린민주당이 자신의 위성정당이 아니라고 하고 열린민주당은 맞다고 흘린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으니 나중에 친자확인소송이라도 할 셈인가. 민주당에서 공천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서초동 대 광화문 대결구도를 끝까지 우려먹겠다는 계산이라고 의심받는데, 사실이라면 이들은 사익을 위해 국민과 문재인 정부를 배신하는 셈이다. 신생정당이 워낙 많다보니 한꺼번에 묶어서 얘기하기 어렵지만, 그들 중 일부는 실제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었다. 원 플러스 원 적대의 구도가 짜인 지금 그들에게도 물어야 한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될 거라는 점 말고, 창당할 때 내세웠던 가치 중에서 무엇을 실현했느냐고. 각 정당의 거물급 정치인들에게도 물어야 한다. 이 와중에 어느 신생정당과 손을 잡아야 나를 중심으로 판이 짜일지 계산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지 않았느냐고.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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