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세다. 급하다. 거칠다. 한마디 한마디 그 목소리가 지나치게 높고 날카롭다. 표현과 수사가 구구절절 극으로 치닫기만 한다. 침소봉대(針小棒大)가 기본값이 되고 나니 양두구육(羊頭狗肉)에도 둔감해지고 말았다. 음식을 둘러싼 말글 말이다. 음식 또는 미식이 업인 사람들의 말글뿐 아니라, 일상 속 음식에 잇닿은 말글이 오늘 대개 그렇다. 장삼이사들이 살아가는 골목, 일터가 되는 길거리, 매일의 반찬거리를 대느라 돌아다니는 시장 여기저기 내걸린 음식의 말글이 어느새 그렇게 되고 말았다. 이런 것이다. 닭갈비집의 모든 재료는 닭갈비의 고향 춘천에서 공수하고, 팥빙수집 팥은 기가 막히게들 정선, 경주, 나주, 신안 등 팥 주산지에 자리한 큰아버지네 또는 외삼촌네서 농사 지은 팥을 직접 공수해 쓴다고들 한다. 부모님의 시골 텃밭에서 쌈거리를 공수하는 백반집과 한정식집이 어느 동네에나 넘치게 있다. 심지어 내 텃밭을 두고 영업한다는 고급 음식점에서는 ‘방금 텃밭에서 공수한 채소’를 쓴다고도 한다.

‘공수(空輸)’란 ‘항공 수송’을 줄인 말이다. 하늘로 난 길을 통해 화물을 실어 옮기고 주고받을 때에 쓸 말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뭍 사이의 항공편이 아니면, 이 땅의 철도와 화물차로 운송할 수 있는 물류가 아니면, 대한민국 먹을거리 유통 및 요식업이 공수를 통해 얻을 이익 또는 편의란 웬만해서는 없다. 강원, 경북, 전남과 서울 등 수도권 사이의 공수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자영업자? 1만명 가운데 한 사람꼴도 안될 테다. 명실상부가 어긋나니 극에 달한다. 정답고 수더분한 음식 앞에 ‘마약(痲藥)’이 왔다. 마약떡볶이, 마약김밥, 마약튀김, 마약어묵꼬치, 마약전 등등. 장수가 판촉을 위해 한 번 쓸 말이라면 모르겠으되, 막다른 지경의 표현에 한국어 사용자 모두가 감염된 형국이다. 극에 달한 표현이란 빈곤한 어휘만큼이나 사물의 세목을 향한 상상력을 가리는 나쁜 효과를 낸다. 마약 너머, 떡볶이·김밥·튀김·어묵꼬치·전을 운용하는 조리의 기술은? 나는 맛을 보았는가 아니면 자극을 받았는가 되돌아보면? 맛이 진공인 자극의 지속 가능성은? 파괴와 파멸의 쾌락을 환기하는 음식의 자리란, 있더라도 따로 있을 테다. 무엇보다 어떤 형편에서 이 말이 튀어나왔는지 돌아볼 일이다. 그럼에도 정답고 수더분한 음식의 가치만큼은 이어가고 있는가. 극에 달한 말에 반비례하는 서민대중 음식의 질을 돌아보면 다만 허무하다.

‘투하(投下)’도 못잖다. 설탕이나 소금 따위, 가루는 친다. 즙액 또한 친다. 또는 뿌린다. 송송 썬 파나 실파 따위는 국물에 넣는다. 장식이라면 올린다. 투하란 떨어뜨리거나 던져서 넣기니, 그 말에 이어지는 무게나 몸집이나 수고의 정도가 밥 짓고 상 차리는 부엌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끔찍한 표현이지만 ‘폭탄 투하’야말로 투하라는 명사의 쓰임을 잘 보여준다. 또는 ‘자본 투하’ 같은 용례가 이 말을 설명하기 위한 한국어 사전의 선택이다. 투하라는 말은 그 머리 위에 ‘충격’이라는 효과를 어느 정도 이고 있는 말이다. 웃자고 한 번 쓴다면 모를까, 음식을 하면서 내내 쓸 말은 아니다.

내 동작이 조리와 음식의 어떤 과정, 무슨 효과, 어느 사물과 이어졌는지 섬세하게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치고, 뿌리고, 넣고, 올리는 동작, 그리고 거기 잇닿은 적절한 용언을, 체언 및 수식언까지 함께 고려해 운용하게 마련이다. 이윽고 설거지를 할 즈음에는 ‘설거지하다’ 단 하나로 게으르고 빈곤하게 말하지 않을 테다. 무언가 묻고, 붙고, 끼고, 물든 그릇을, 헹구고, 가시고, 부시어, 애벌설거지를 지나, 필요하면 두벌설거지도 거쳐 아퀴를 지을 줄 알 테다. 그 사람은 설거지를 둘러싼 바로 그 행위와 그 상태에 맞는 적확한 말로, 처음과 중간과 끝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테다. 하지만 이렇게 세고, 급하고, 거칠고, 새되고, 극에 달한 끝에서는 기약하기 힘든 노릇이다. 상황이 말을 이끌기도 할 테고 말이 상황을 이끌기도 할 테다. 우선은 마음부터 평평하게 고르기로 새삼 다짐한다. 먹는 데 엮는 말 한마디가 엄중하기만 한 오늘이다.

<고영 음식문헌연구자>

'일반 칼럼 > 직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지 마”라는 말의 물빛 무늬  (0) 2019.09.03
‘요즘 볼 게 없다’는 편견  (0) 2019.08.29
음식과 일상의 말  (0) 2019.08.22
위기는 공평하지 않다  (0) 2019.08.16
품격에 대하여  (0) 2019.08.13
글과 닮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0) 2019.08.08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