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개화시기 2~5월.


잘못한 일들이 머릿속에는 늘 차곡차곡 쟁여져 있는가 보다. 간밤의 후회스러운 술자리. 엎질러진 물처럼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을 얼마나 많이 쏟아냈던가. 아침에 전화벨이 울리면 어제 내뱉은 말들이 되돌아와 추궁하는 것 같아 귀보다 먼저 가슴이 쿵쾅거리기도 한다. 복수초. 야생화 이름 하나 가지고 무슨 거창한 이야기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복수초라는 그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좋은 뜻을 두고 하필이면 앙갚음이 떠올려지는 건 이처럼 내 마음 한 구석에 켕기는 게 많이 고여 있기 때문이겠다. 꽃이름은 다행스럽게도 복수(福壽).


이른 봄이면 잎보다 먼저 노란 꽃잎이 피는 복수초는 전국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다. 이 땅에 사는 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복(福)과 수(壽)를 모두에게 공평히 나누어주겠다는 듯 전국의 방방곡곡에 골고루 퍼져 있는 것이다. 흙으로 녹아 들어가는 낙엽을 뚫고 대궁을 밀어올리며 복수초는 피어 있었다. 가는 다리 위에 꽃 하나를 건사하며 하루를 견디다 이제 햇빛도 소슬해지니 복수초는 꽃잎을 오므리며 하루를 마감하고 있는 중. 노란 꽃잎을 세우며 그릇처럼 그러모으니 꽃잎 안에 모인 햇빛의 알갱이가 고두밥처럼 익어가는 듯했다. 우리가 새해 덕담을 아낌없이 나누듯 그 이름값을 그 어디 후미진 곳에서도 톡톡히 하고 있는 복수초.


이갑수 | 궁리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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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