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돈을 많이 쓰는 팀’이 이기는 종목이다. 뉴욕 양키스가 ‘악의 제국’으로 불렸던 것은 막강한 자금력으로 스타 선수들을 끌어모아 우승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우승을 통해 인기를 높였고, 더 많은 돈을 벌어 또 뛰어난 선수를 사들였다.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난다 긴다 하는 선수들을 긁어 모았다. 상대팀에 가면 잘할까봐, 데려다 놓고 쓰지 않은 선수가 여럿이었다.

야구가 ‘이기는 방법’을 새로 찾은 것은 약 20년 전의 일이다. 가난했던 오클랜드가 2001년 21연승을 달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우연히 이긴 게 아니라는 게 책과 영화로 만들어진 ‘머니볼’로 잘 알려지게 됐다. 홈런을 펑펑 때리던 시대, 오클랜드는 남들이 주목하지 않던 ‘출루율’에 주목했고, 덕분에 승리에 필요한 선수를 비교적 싼 가격에 모을 수 있었다.

이때부터 ‘이기는 방법’을 찾기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 야구를 잘했던 이들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하지 않고, 야구라는 종목을 잘게 잘라 분석하는 여러 가지 기법이 동원됐다. 만년 꼴찌였던 탬파베이는 창단 10년째인 2008년 ‘수비 시프트’를 바탕으로 뉴욕 양키스를 꺾고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에 올랐다. 타구 방향을 감으로 추측하는 대신, 실제 데이터로 추적해 수비 위치를 옮겨 실점을 줄였다.

야구는 더욱 치밀해졌다. 2015년부터 메이저리그 야구장에 ‘스탯캐스트’라는 정밀 측정 장비가 설치됐다. 투구 회전 수와 무브먼트, 타구의 각도와 발사속도 등이 플레이마다 측정되고 계산돼 숫자로 쌓였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 수많은 이론과 실험이 반복됐다. 그리고 몇 가지 길을 찾았다.

승리 공식은 이제 뻔하다. 회전 수가 많은 강속구를 던지고, 이를 때려 넘기는 길이 승리 지름길이다. 빨라지는 구속에 연속 안타 가능성은 낮아졌다. 효율적인 훈련법으로 힘을 키우고, 더 효율적인 스윙으로 스피드를 높여서 홈런을 노리는 것이 승리 확률을 높인다. 그래서 메이저리그는 대부분이 ‘홈런’을 노리는 스윙을 한다.

2019시즌 메이저리그는 한 시즌 홈런 6776개로 역대 최다였던 2년 전 6105개를 11%나 뛰어넘었다. 미네소타는 팀 홈런 307개로 신기록을 세웠다. 뉴욕 양키스가 306개, LA 다저스는 279개를 때렸다. 모두가 홈런을 노리는 스윙을 하니 삼진도 늘었다. 12년 연속 늘어나고 있는 삼진 4만2823개는 지난해보다 4%, 2007년보다 무려 33%나 증가했다.

홈런이 늘고, 삼진이 늘다 보니 모 아니면 도의 야구가 이어졌다. 야구는 지루해졌다. 승리의 길을 찾았는데, 관중 수가 줄어든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2019시즌 메이저리그 관중 숫자는 6850만여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7000만명 관중 수가 무너진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이다. 늘어난 중계권료 수입 등으로 여전히 돈이 넘쳐나지만 ‘지루해진 야구’는 미래에 대한 적신호다.

여기저기서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야구 칼럼니스트 롭 나이어는 책 <파워볼>에서 “야구통계전문가들이 승리를 향하는 최적의 길을 찾아냈는지는 몰라도 팬들이 보기에 즐겁고 신나는 야구는 아니다”라면서 “지난 수십년 동안 야구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종목이 증명했다. 팬들이 원하는 걸 주지 못하면, 그 종목은 결국 망한다”라고 적었다.

우리 사회 모든 분야가 ‘이기는 것’에만 골몰하고 있다. ‘밀리면 끝이다’라는 공포는 ‘승자독식사회’가 가져다준 저주에 가깝다. 정치는 갈등을 해결하는 게 목적이지만 승리를 위한 정치공학적 계산과 수사만 난무하고 있다. 

잔뜩 쌓인 문제들이 풀리지 않는다. 이기는 방법만 따지면,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이용균 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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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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