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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로 임기 4분의 1이 되는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우군(友軍)이 없다고들 한다. 이런 얘기는 진보와 보수에서, 법원과 로펌에서, 이제는 대법원에서도 나온다. 대법원 사람들은 걱정인지 항의인지 모를 말투로 “요새 우리 대법원장 도와주는 곳이 있기나 해요?”라고 말한다. 정치인도 아닌 대법원장이 누군가의 지지를 받느니 마느니 하는 표현을 들어본 기억이 없는데, 유난히 김 대법원장을 두고는 “양쪽에서 비판을 받는다”거나 “지지 세력이 없다”고들 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장으로서는 여론의 비난을 걱정하거나 지지를 추종할 이유가 없다. 재판은 다수의 의지를 넘어 소수를 보호하는 일이다. 따라서 판결 때문에 심각하게 비난받을 일은 앞으로도 없다. 지금 김 대법원장이 비판받는 이유는 사법행정 책임자로서다. 사법제도에 관한 그의 불투명한 태도가 법원 안팎의 냉담함을 불러왔다. 그가 사법제도 개선에 어떠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법조계 전문가도 아는 사람이 드물다.

김명수 대법원장

김 대법원장의 사법개혁에 대한 평가는 일단 접어두고, 그의 사법행정 방식을 기억하고 기록해본다. 과거 그가 어떤 부장판사였고 법원장이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판사 김명수가 따뜻하고 용기 있는 법관이라는 사실은 대법원장에 임명되면서 모두 소진한 자산이다. 사법행정 책임자로서 능력을 새롭게 보여주고 인정받아야 한다. 그렇게 얻어낸 신임으로 1년씩 버텨가면서 6년 임기를 마치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김 대법원장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덮으려 하고, 침묵하다가 결국에는 실기(失期)한다. 최근 언론이 의혹을 제기해 검찰수사로 이어진 법원행정처 전자법정 비리에도 한마디 해명이나 사과가 없다. 자신이 취임한 뒤에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조직적인 범죄로 모두 24명이 기소되고 이 가운데 9명이 구속됐는데도 아무런 말이 없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관여한 대다수 판사들을 징계하지 않고 있다가 징계시효를 모두 흘려보냈다. 이를 계기로 법관 탄핵 논의가 거듭되면서, 분위기는 더욱 어수선해졌다.

더러 매듭을 지어도 무난한 결론으로 도피한다. 이를 위해 절차적 정당성도 포기한다. 자신이 만든 사법발전위원회 후속추진단의 사법개혁 방안을 뒤집고, 이 과정에서 법원행정처의 비밀 프로젝트도 용인했다. 법원장을 투표로 뽑으라더니 후보 연조가 낮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관을 거치지 않은 대법원장의 자기부정이다. 로펌과 가까운 대법관의 사건처리를 규제하는 윤리규정을 공론화 없이 무력화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깜깜이 과정은 해명하지 않고 이 결론이 맞다고만 한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의 의견과 시민의 요구 사이에서 모두를 배반하고 있다. 사법농단 이후 시민들은 사법에도 최소한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법관들은 그래도 사법 독립은 지금처럼 유지되어야 한다고 한다. 어느 쪽도 설득하지 못하고, 어느 쪽도 보호하지 못하는 그이다. 자체 개혁안이라면서 기존 사법행정 권력을 유지시키는 문서를 내놓는가 하면,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법관을 부당하게 공격하는 세력에게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판사와 시민 모두에게 외면받는 이유다.

이제 김 대법원장이 해야 할 일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는 것이다. 그는 이용훈·양승태 전 대법원장처럼 법원행정처를 동원할 수 없고, 동원해서도 안된다. 결단에는 조직이 필요하지 않다. 지금껏 드러난 문제들은 대부분 결단하지 않거나 늦춰서 나오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사법농단 수사의뢰도 어차피 해야 할 것이었지만 시간을 끌면서 정당성만 바랬다. 자산을 부채로 만든 경우다.

모든 반대세력을 설득하겠다는 생각도 접어야 한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을 공관으로 불러 밥과 술을 내놓으며 같은 고등부장 시절의 동료애를 호소했다. 하지만 그들은 인사권을 내려놓은 대법원장을 더욱 얕잡아보고 무시하고 있다. 그들은 법원에서 일어난 중대 범죄에는 말 한마디 없다가 자신들의 손톱만 한 권한이 줄자 분노를 토해내는 사람들이다. 지금도 판사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주장하는 언론도 그가 설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2017년 9월 취임을 앞두고 김명수 대법원장은 성공한 대법원장이 되겠다고 했다. 한강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법원장,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다가 물러난 대법원장, 판사들을 괴롭힌 혐의로 구속된 대법원장까지 있는 나라에서, 절박한 바람이었다. 특히 일대 전환기에 있는 그가 성공하지 못하면 이 나라 사법도 이대로 무너지고 만다. 임기 4분의 1을 지나는 그에게 남은 것은 두 번째 4분의 1뿐이다. 임기 후반에 들어서면 시작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스스로를 굳게 믿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망설임은 죽은 기형도의 시에서나 아름다운 것이다.

<이범준 사법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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