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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김상민기자

여섯 생명을 앗아간 용산참사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토지보상금 취득은 아무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실은 인과관계에 있다. 용산참사가 임차인들의 폭력적 저항 탓이라는 오세훈 후보의 발언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언론이 간과한 당시 오세훈 시장의 더 큰 과오는 도시의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지 못한 데 있다. 땅 주인들과 개발업자인 삼성물산이 세입자들과 대립할 때 서울시와 경찰은 조정은커녕 처음부터 한쪽 편을 들어버렸다. 개발이익을 둘러싼 싸움에서 용산의 세입자들은 목숨까지 바치며 밀려났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내곡동에서 거액의 보상금을 챙겼다. 같은 해인 2009년 서울에서 벌어진 일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오 시장은 취임 후 신개발주의에 입각해 한강르네상스, 재개발, 재건축 등 대대적인 토건사업을 추진했다. 신개발주의는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고 환경·생태·복지·문화·여가 등 그럴듯한 가치로 포장해 국가 주도 개발주의보다 거부감이 덜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재벌이 개발업자가 되고 주민의 의사나 공공성이 배제되는 사례가 많다. 4대강살리기사업이 대표적이다. 신개발주의는 ‘차별성’의 이미지를 부각해 장소를 상품화한다. 개발 주체들은 시민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개발을 끊임없이 고안해내지만, 자기들 욕망도 극대화한다. 내곡동 그린벨트 해제에 이은 아파트 건설과 용산 재개발도 똑같은 욕망에서 추진됐다.

그랬던 오 시장이 또 시장 후보가 되어 취임 1주일 안에 재개발과 재건축을 다 허가하고 공시지가도 동결하겠다고 호언했다. 그는 용적률, 한강변 아파트 35층 상한제, 안전진단 통과 기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등을 모조리 완화해 5년간 36만호를 짓는다고 장담했다. 박영선 후보는 공공이 주도하는 토지임대부 반값 아파트 30만호를 5년간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강남 재개발과 재건축은 공공 주도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공시가격 연간 인상률도 10% 상한제를 제시해 정부 계획보다 후퇴했다.

누가 욕망에 더 부응하는지는 한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났다. 도덕성에서는 박영선이 오세훈에 앞서지만, 부동산 문제 해결 능력에서는 26.5% 대 46.1%로 오세훈이 월등했다. 욕망 충족을 문제 해결 능력으로 착각한 것이어서 부동산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강남의 한 재건축단지를 예로 들어 재건축으로는 집만 커질 뿐 공급 가구수는 10%밖에 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도시는 다양한 계층이 한데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모둠살이터라서 공공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 후보는 ‘장애인 시설 재검토’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철거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도시에 관한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 도시의 공공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후보로는 열린민주당 김진애 후보가 돋보였으나 양당 정치의 희생물이 되고 말았다.

오 후보는 ‘답답했던 재건축사업 쾌속 추진’ ‘용적률 완화 추진’이라 쓴 현수막을 강남지역에 대거 내걸었다. 공공성 면에서는 ‘도시개발 그만하고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허경영 후보가 차라리 낫다. 오 후보는 부동산세도 깎아주고 서해와 한강 뱃길을 잇는 서해주운도 재추진하려 한다. 공약들의 실현 가능성은 낮다. 대부분은 법이나 조례, 도시기본계획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회와 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

이번 시장 선거는 집 가진 자의 욕망을 대변하는 경쟁이 되고 말았다. 57%의 자기 집 없는 서울시민 상당수도 정권심판론에 편승해 자기들 이익에 반하는 후보를 지지할 태세다. 물론 임대주택사업자에게 특혜를 베푸는 등 집값 폭등을 방치한 정부에 큰 책임이 있다. 그러나 그 책임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에서 묻는 게 옳다, 폭등한 집값을 그때까지 크게 떨어뜨리지 못한다면.

개발 공약은 ‘타당한가’ ‘정의로운가’ ‘민주적인가’라는 세 가지 잣대로 평가해야 한다. 지금 쏟아진 공약들은 세 가지 기준에 오히려 역행한다. 개발주의 공약을 남발하고 한쪽 이익만 대변하는 후보가 시장이 되고 투기세력에게 잘못된 신호를 줘서 부동산 값이 또 폭등한다면 피해 보는 이는 집 없는 서민이다. 시장 선거는 시장 선거여야 한다.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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