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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선전을 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가개조’가 일단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가개조’라는 이름하에 논의되고 있는 개혁은 ‘관피아’ 척결과 공무원 충원방식 개선, 그리고 안전행정 체계 강화다. 앞으로 여야 간 협의와 공론화 절차를 거쳐야겠지만, 부정청탁 금지와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를 강화한 ‘김영란법’ 제정과 국가안전처 설치 등 정부조직 개편이 골자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세월호 참사는 이 같은 개혁이 시급함을 보여주었지만 이는 필요한 개혁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우선 ‘국가개조’라는 용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말이 ‘국가개조’이지 그 실질적 내용은 ‘공공분야 개혁’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시작하는 개혁 작업은 공무원 조직과 공공기관 전체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퇴직 관료가 민간분야에 취직해서 정부를 상대로 비정상적인 로비 활동을 하는 현상은 대단히 병적이기에 당연히 타파돼야 한다. 그러나 퇴직 관료의 취업을 제한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수많은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과연 제 구실을 하는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최빈국이던 우리나라가 경제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는 관료들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관료가 국가발전의 주역이던 시절은 1960~1980년대다. 1990년대 들어서 공공분야가 민간분야에 뒤지기 시작했고, 괴물처럼 커버린 관료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많은 국민들을 절망에 빠뜨린 1997년 경제위기도 관료제의 실패가 크게 기여했다. 김대중 정권 들어서 금융계 등 전반에 걸쳐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있었지만 관료제는 그 폭풍을 피해갔다. 관료제는 노무현 정권 및 이명박 정권과도 적당히 타협해서 살아남았다. 박근혜 정부는 관료와 관변학자들을 대거 기용해서 ‘관료의, 관료에 의한, 관료를 위한 정부’와 ‘공무원이 행복한 나라’를 초래했다. 그러던 중 세월호 참사가 발생해서 관료들은 그들의 추악한 생얼굴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요즘같이 급변하는 세상에선 행정고시에 붙고 나서 타성적으로 공무원 생활을 오래 해온 관료들은 능력과 역할에서 한계가 있다. 이들이 정책을 개발하는 능력을 상실한 지는 이미 오래됐다. 정부 정책은 용역 연구와 위원회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관료들의 일은 고작해야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위원회 회의를 소집하는 등 관리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변화에 반대하는 논리를 만들어서 자기들 조직을 보전하고, 정치적으로 결정된 바를 적당히 합리화하는 데는 탁월하다.

박대통령 "공공부문 개혁 저항 책임물을것"


사정이 이렇다면 거대한 관료집단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 더 늦기 전에 각 부처의 조직과 기능을 원점에서 검토해서 과연 그 조직이 필요한지를 판단한 후에 존재 이유를 상실한 조직은 과감하게 혁파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조직을 존치하는 경우에도 책상에 앉아서 결재나 하는 관리직은 과감하게 줄이고 그 대신 민생경찰과 소방대원을 확충해서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

공기업 등 공공기관도 그 조직이 과연 필요한지를 검토한 후에 불필요한 기관은 혁파하거나 통폐합해야 한다. 금융 마피아, 토건 마피아 등 관업(官業)유착이 심한 부처부터 손보아야 한다. 관료들이 퇴직 후에 산하 공공기관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서 몇 년을 버틴 후에 또다시 관련 이익단체에 취직해서 후배 관료들을 상대로 로비를 하는 퇴폐적 현상이 심한 곳이 이런 부처들이다.

공공개혁을 미룰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우리나라의 공공부채는 위험수위를 넘었으며, 특히 공기업 부채는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근래에 공기업들이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부채를 줄이고 있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더 이상 존치할 필요가 없는 공공기관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공기업 부채를 폭증시킨 4대강 사업, 해외자원개발 등 전 정권에서 있었던 각종 의혹도 이번에 해소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성패는 오직 공공개혁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공개혁에 성공하지 못하면 정권이 실패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국가가 실패할 것이다. 국가가 사실상 파산한 그리스는 말할 것도 없고, 파산위기에 처해 있는 캘리포니아 등 미국의 많은 주(州)와 지방정부가 공공부채로 인해 이 지경에 이르렀음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공공개혁은 국민적 공감대가 없이는 성공할 수 없으며, 특히 야당의 협조가 없이는 시작도 하기 어렵다. 공무원 사회의 저항과 공공기관 노조의 반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야당과의 공조는 필수적이다.


이상돈 |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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