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나 되고

내가 엄마 되면

그 자장가 불러줄게

엄마가 한 번도 안 불러준

엄마가 한 번도 못 들어본

그 자장가 불러줄게


내가 엄마 되고

엄마가 나 되면

예쁜 엄마 도시락 싸

시 지으러 가는 백일장에

구름처럼 흰 레이스 원피스

며칠 전날 밤부터 머리맡에 걸어둘게


나는 엄마 되고

엄마는 나 되어서

둥실


하재연(1975~)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하재연 시인은 시 ‘하나의 사람’에서 우리 개개인의 단독적인 존재를 빗대어서 “희고 차가운 빙하의 껍질 위에/ 대고 있는/ 나의 빨간/ 두 개의 발바닥”이라고 말한다. 그처럼 우리는 외롭고 추운 존재이다. 

그러나 엄마가 있고, 엄마가 있어서 엄마는 딸과 아들을 품속에서 기른다. 낮고 고운 목소리로 자장가를 불러 잠을 재우고, 도시락을 싸서 쥐여주고, 원피스를 사서 입힌다. 누워 곤히 잠이 든 아이의 머리맡에 당신이 애써 마련한 것들을 가만히 놓아둔다. 아이가 아침에 눈뜨자마자 바로 볼 수 있도록. 그래서 아이의 마음이 풍선처럼, 흰 구름처럼 둥실 떠오르도록. 그러나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고, 엄마도 한때는 딸이었고, 엄마의 어린 딸도 미래에는 아이의 엄마가 될 것이다. 이 시를 읽으며 엄마, 하고 불러본다.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일반 칼럼 > 경향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명은 때로 아플 때가 있다  (0) 2019.05.27
연두  (0) 2019.05.20
이생  (0) 2019.05.13
오래 한 생각  (0) 2019.05.07
제왕나비 - 아내에게  (0) 2019.04.29
풀씨  (0) 2019.04.22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