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에 운이 좋으면 고수, 스승을 만나게 된다. 파울로 코엘료는 <히피>라는 소설에서, 여행길에 만난 스승 셋을 소개하고 있다. “첫번째 스승은 도둑이었죠. 집에 들어가려는데 열쇠를 잃어버렸지 뭐요. 마침 길 지나던 행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눈 깜짝할 새 문을 따는 재주를 지녔더군. 직업이 뭐냐 물으니 도둑이랍디다. 그는 날마다 실패하고 또 내일 또다시 도전한다고 했소. 두번째 스승은 개였죠. 목마른 개가 강물에 다가왔는데, 자기 그림자를 보고 무서워 뒷걸음쳤다오. 결국 개는 목마름을 참기 어렵자 정면 돌파를 결심, 강물에 뛰어들었죠. 순간 그림자는 사라지고 말았죠. 세번째 스승은 어린아이라오. 촛불을 들고 오길래 그 불 어디에서 났는지 물었지. 그러자 아이가 양초를 콧바람으로 훅 꺼버렸소. 여기 방금 있던 불은 어디로 갔는지 아느냐며 오히려 묻더군. 비로소 신성한 불빛, 지혜의 불빛이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깨닫게 되었지요. 이처럼 이야기, 춤, 명상기도 속에 참된 지혜의 불빛이 있다오.” 

노력하여 배우지 않으면 야만인이 되고 말지. 야만인의 입에는 추한 막말과 가짜뉴스. 잘근잘근 이웃을 못되게 씹어대니 입끝에 피냄새. 한 고고학자가 정글을 탐험하다가 식인종 부족에게 붙잡혔다. “우리도 이제 옛날 그 무시무시한 식인종이 아니니 안심해라.” 과학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식인종이 컴퓨터 앞에서 검색하고 있는 걸 보고 기절초풍. 쇼핑몰에서 신제품 바비큐 그릴을 검색하고 있더란다. 신종 야만인.

당대 고수를 찾아다니는데, 도둑과 개와 어린아이에게 배우려는 사람은 없겠다. 야만인들 같은 피 묻은 더러운 입들. 철 지난 반공을 팔아 밥벌이를 삼는 자들. 땅밟기 개종 여행이나 다니면 무슨 배움이 생기겠는가. 종교인의 입에서 피냄새가 가장 역하게 나는 아이러니.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빨래를 해서 널었다. 요즘은 귀를 자주 씻고 싶어진다. 세탁기에 귀를 넣어 깨끗이 세척하고 싶다. 상쾌해진 귀로 다정하고 다감한 이야기, 사람을 먼저 살리는 이야기들을 듣고 싶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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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