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가을 태풍이 잦아지고 있다. 링링과 타파, 미탁에 이르기까지 9월 이후 태풍 영향을 세 번이나 받은 건 1959년 이래 올해가 처음이라고 한다. 이 기록은 머지않아 깨질 것이다. 기후위기가 원인이기에 갈수록 심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를 넘기 위한 기후행동이 절실한 때이다.

지난 9월23일, 미국 뉴욕에서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가 열렸다. ‘행동’이란 말을 내건 최초의 기후변화 관련 유엔정상회의였다. 이 행사에서, 지난해 8월부터 스웨덴 의사당 앞에서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라는 1인 시위를 벌여 전 세계 133개국 160만여 명이 동참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 캠페인을 이끌어낸 16세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인 세계 정상들에게 쓴소리를 쏟아냈다.

기후행동정상회의 직전, 20~21일에 걸쳐 160여개국 수천개 도시와 마을에서 약 400만명이 ‘글로벌 기후 파업(global climate strike)’에 참가하여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촉구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9월21일에 서울과 부산, 대구, 창원, 청주, 홍성 등 전국 10여개 지역에서 동시 다발로 열린 ‘기후파업(Climate Strike)’에서 수천명의 시민들이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 “기후위기,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라!”고 외치며 정부의 기후위기 비상상황 선포를 요구했다. 27일에는 ‘청소년기후행동’이 광화문에서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가졌다. 이제 시민들이, 특히 미래세대 대표인 청소년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적극 요구하고 나섰다.

시민 참여는 이런 집회나 캠페인에 한정되지 않고 있다. 시민 목소리로 직접 대안을 제안하는 여러 자리가 마련되고 시민들이 적극 참여해서 정부 대책을 뛰어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온실가스 감축, 시민이 답하다!’란 주제로 시민대토론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서울시가 시민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주요 거버넌스 기구인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에너지정책위원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상향식 숙의 행사였다. 8월13일부터 9월10일까지 거의 한 달에 걸쳐 10개 구를 돌아가며 10차례의 릴레이 워크숍을 연 후 열린 마지막 전체 토론회였다. 참여 시민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공감하면서 강력한 시민행동을 지지하였다. 보다 실효성 있는 에너지 절약과 효율적 이용을 위해 자동차 유류세와 전기 요금 인상, 화석연료에 탄소세 부과, 가짜뉴스 퇴치와 시민의식 제고 등을 제안하였다. 시민 개개인의 자발적 실천에만 기대는 건 한계가 있다며, 에너지 가격과 요금체계가 바뀌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적절한 세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다수였다.

9월30일엔 국가기후환경회의가 국민정책참여단의 학습과 숙의, 여론조사, 국민대토론회와 권역별 토론회 등 “국민 스스로 정책을 수립하는 상향식 정책결정 방식”을 거쳐서 마련한 국민정책 제안을 발표했다. 12월부터 다음해 3월 사이 시즌제 도입을 제안하면서 겨울철(12월~다음해 2월)에는 9~14기, 봄철(3월)에는 22~27기의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방안을 제안하였다. 국민정책참여단의 93%가 동의했다고 한다. 매달 전기요금을 2000원까지 인상하는 데는 75%가 동의하였다. 두 방안 모두 미세먼지만이 아니라 기후변화 완화 방안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기후위기 비상사태에 직면해 있다. 그 누구도 비켜가기 어려운, 모두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바뀌어야 할 것은 기후가 아니라 사회와 경제와 정치다. 아니,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이다. 지금 작은 비용을 지불한다면 감당할 수 없는 더 큰 위험과 피해로부터 우리와 미래세대를 구할 수 있다.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없다. 깨어 있는 기후시민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다. 여러분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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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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