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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전 조합원과 논쟁을 벌였다. 배달대행 라이더들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두 개 이상의 배달기업에서 일하다 다쳤을 때 전속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산재보상을 받지 못한다. 주로 하나의 사업장에서 일할 때만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얼마나 일해야 주로 하나의 사업장으로 일한 걸로 볼지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로 정한다. 올해는 93시간 이상 일하거나 115만원의 소득을 올려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들은 1시간 일해도 산재보상을 받는데, 어떤 노동자들은 특수하다는 이유로 산재보상을 받지 못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조합원은 되지도 않을 산재 전속성 기준 폐지보다 라이더들이 중소기업사업주 산재를 들 수 있도록 허용하고 산재적용제외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사업주 산재는 작은 사업장 사장님들이 보험료를 100% 부담해서 가입하는 보험으로 보험료 액수에 따라 보상금액도 달라진다. 특고노동자들은 그래도 기업의 책임을 50%라도 묻지만, 중소기업사업주 산재는 특고노동자들에 대한 기업 책임을 완전히 면제한다.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다 보니 언성이 높아졌다. 사실 조합원에게 화낼 일이 아니다. 2007년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탄생할 때부터 예견된 문제가 14년 넘게 방치됐다. 이런 상황에서 법을 바꿔야 한다는 말은 정치인의 공약보다 신뢰하기 힘들었을 테다.

그러나 계란으로 바위 치는 사람은 언제나 존재한다. 라이더유니온 조합원 박재범은 전속성 기준 때문에 산재보상을 받지 못하고 1000만원의 치료비를 홀로 감당했다. 그는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고 인수위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동료 배달노동자가 같은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배달노동자들은 인수위 간담회와 집회를 진행했고 이에 화답해 임이자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고 국회 상임위 논의가 착착 진행됐다. 5월29일 밤 국회에서 산재법상 특례조항이었던 125조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삭제되고 노무제공자로 대체되면서 ‘주로 하나의 사업장’이라는 전속성 기준이 폐지됐다. 한계도 있다. 산재법상 노무제공자는 모든 일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국가가 지정한 직종의 노동자만을 지칭한다. 기업을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일감을 구하는 일부 간병인과 가사노동자 역시 산재법상 노무제공자에서 제외된다. 법이 시행되는 2023년 7월1일까지 메워야 할 구멍이다.

산재 전속성 기준 폐지는 여러 기업이 노동력을 공용으로 사용하면서 필요할 때 쓰고 필요 없어지면 버리는 행태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시간 고용과 해고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을 보호하는 산재보험은 기업의 노무관리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2000년대 비정규직, 그중에서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존재는 우리에게 근로기준법 밖으로 추방당한 노동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2022년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사라지고 노무제공자와 플랫폼노동자가 등장했다. 추방당하다 못해 쪼개지는 노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우리에게 던져졌다. 답을 찾기 위해 또 14년의 시간을 써야 하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 단결된 힘으로 전속성 기준을 무너뜨린 노동자들이 있기에 희망은 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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