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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인생+50]플러스 ‘일’의 전환

경향 신문 2021. 9. 23. 09:41

작년에 명퇴했는데 일자리 알아보려면 어디 가야 하니? 내 경력 살려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애들도 다 커서 다시 일하고 싶은데 마땅한 데 있을까? 나는 종종 지인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다. 동서고금, 세대를 막론하고 일자리가 문제가 아니었던 적이 있을까 싶을 만큼 일자리는 늘 사회적 문제다. 나는 경제 전공자도, 일자리 전문가도 아니지만 중장년 일자리 현장에서 경험적으로 배우고 익힌 교훈과 노하우는 있다.

먼저 인정해야 할 전제는 인생이 길어진 만큼 이제는 하나의 직업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거다. 유목민처럼 떠돌아다니는 ‘일자리 노마드’ 사회가 된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 평균 퇴직연령은 50대 초반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다. 퇴직 후 재취업, 창업, 귀농·귀촌 등 다방면으로 시도해 보지만, 하나로 길게 버티기가 어렵다. 누구나 고소득 꿈의 일자리를 원하지만, 기회를 잡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그 극소수도 장기간 그 일에 머물기 힘들다. 따라서 기존 일자리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일자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전환과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현실적으로 ‘가늘고 길게, 작은 목표 세우기’ 접근이 유용하다. 나는 중장년 대상 강의에서 ‘부부가 각각 100만원씩 10년 이상 벌기 작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끔 냉소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도 있지만, 퇴직 후 월 100만원의 고정 수입은 6억원 이상의 현금을 은행에 예치해 놓은 것과 같다. 또 목표를 낮춰 잡으면 의외로 보이는 기회들이 꽤 있다. 그다음은 다양한 ‘일거리’를 만들기 위해 단계별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흔히 복수 직업이라고도 하는데, 본업 외에도 여러 부업과 취미 일거리를 동시에 가지는 N잡러를 뜻한다. 이런 일거리는 다양한 경로로 만들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 직업이 되기도 하고, 자원봉사를 하다 강의활동이나 프로젝트에 연결되기도 한다. 같은 교육과정을 수료한 사람들과 뜻을 모아 창업을 하는 사례도 종종 볼 수 있다. 일자리 프로그램에 참여해 중소기업, 소상공인 전문가로 매칭되기도 한다. 이런 일들은 시작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여러 해 동안 꾸준히 하다 보면 벌이도 꽤 된다. 최근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중장년 일자리도 사회 수요, 미래 일거리를 기반으로 하는 것들이 많아 이것 자체가 징검다리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현장에서 만난 사례들 중 새로운 분야에서 소득과 보람을 동시에 찾은 분들은 이런 공통점이 있었다. 미리 준비하고 퇴직했고, 구체적인 실무기술을 습득하려 노력했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었고, 공공·민간의 자원을 적극 활용했다. 반면 힘들게 들어갔어도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다수 역량과 능력의 문제라기보다 소통, 태도의 문제였다.

그러니 정책과 지원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새로운 교육과 경험을 통해 자신의 기호, 성향 등을 냉철히 돌아보아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 것인지, 잘하는 것으로 돈을 벌 것인지, 머리를 쓰며 하는 일을 할 것인지, 몸을 쓰며 하는 일을 할 것인지, 혼자 하는 일을 좋아하는지, 여러 명이 같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지 등 자신에 대한 탐색의 시간은 옵션이 아니라 필수다.

남경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일자리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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