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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6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추경이 발등의 불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제일 앞자리에 일자리 정책이 있고, 그걸 뒷받침하려는 게 이번 추경이다. 그러나 야당이 호락호락 추경안을 통과시켜 줄 리는 만무하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대선에서 변변히 힘도 써보지 못한 채 패배했지만, 청문회를 계기로 해서 추경에 이르러서는 본격적인 전투를 치르려 할 것이다.

청와대도 급할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문재인 대통령은 “단 1원의 국가예산이라도 반드시 일자리 만드는 것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현재의 일자리와 소득 양극화 문제를 “재난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추경의 법정요건에 맞추기 위함이다.

맞다. 고용과 불평등의 문제는 안보 및 성장과 더불어 정책의 제일 앞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절박하고도 시급한 사안이다. 막무가내식 발목 잡기에서 벗어나려면 몇 가지 보완해야 할 점들이 눈에 띈다.

첫째, 추경과 공공부문 일자리는 시급한 단기처방이고, 장기처방을 가시화해야 한다. 물론 이것들이 단기처방이라는 점은 이미 몇 차례에 걸쳐 밝힌 바가 있으나, 종종 이것이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의 근간인 양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공공부문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으로 쪼그라들어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어느 정도 이를 늘려나갈 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공공부문 일자리는 대체로 혁신과는 무관한 것들이어서 청년보다는 노인에, 성장보다는 분배에, 장기처방보다는 단기처방에 어울린다. 워낙 상황이 시급하니 단기처방을 할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청년, 성장, 장기처방에 어울리는 정책들을 내놓고 야당과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둘째, 장기처방과 관련하여, 청년뿐 아니라 우리 모두는 머지않은 장래에 비정규직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일자리 문제의 핵심에 기술변동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시안에 삼성전자가 지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공장은 달랑 2800명을 고용했을 뿐이다. 로봇이 모든 일을 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스스로 “세계 최초의 파트타임 경제”라고 선언했다. 기술의 발전속도를 보면 우리 모두가 파트타임으로 일해야 할 날은 그리 머지않았다. 무능한 보수정권 9년 동안 한국의 혁신 생태계는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혁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모두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경제에서 어떻게 국민의 인간다운 삶과 행복을 보장하겠는가.

셋째, 혁신과 관련하여, 문제의 근원은 최상위 재벌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으면 한다. 물론 지배구조 문제, 너무 높은 사내 유보금, 일감 몰아주기와 그로 인한 혁신적 중소기업의 도태 등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 한국 재벌의 문제가 최상위 기업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최근에는 소위 ‘세컨드 티어(second tier)’ 재벌 문제가 그 못지않게 심각하다. 굳이 번역하자면 ‘2류 재벌’이라고 할까. 한때 30대 재벌로 함께 분류되며 나름의 위상을 자랑하던 많은 중견 재벌들이 혁신하지 못한 끝에 2류 재벌이 되어버렸다. 여러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어찌 됐든 지난 10여년간 한국에서 나온 혁신은 대부분 최상위 기업에서 나온 반면, 2류 재벌들은 거의 아무런 혁신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혁신은 없는데 가족경영은 유지해야겠고, 그러면 남는 것은 골목상권 장악과 갑질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문제가 됐던 대부분의 골목상권 침해와 갑질 사건은 2류 재벌에서 나왔다. 이들은 은행빚까지 잔뜩 껴안고 있어서 혈세 투입을 각오하지 않고는 퇴출시키기도 어렵다. 최상위 재벌의 문제를 해결하되, 혁신을 살리고 문제가 되는 2류 재벌을 최소의 비용으로 퇴출시키는 묘책이 필요하다.

넷째, 불평등 완화는 단순히 내가 낸 세금을 남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에 달한다고 추정되는 사회갈등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 나오고 있는 연구결과들을 보면 하위계층에 속한 사람들은 연애도, 출산도, 결혼도 모두 훨씬 적게 한다. 낮은 출산율은 납세자의 수를 줄이고, 우리 모두의 세금을 올린다. 지금 청년들을 도와주지 않으면 고령화가 절정에 도달할 20~30년 후 기성세대의 노후를 돌봐줄 중년층이 사라진다. 노인빈곤은 OECD에서 압도적 1위인데,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적절한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한 노인이 혼자 거동할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하는 비율은 2배 이상 늘어난다. 이들은 건강한 노인에 비해 훨씬 많은 세금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 불평등 완화는 우리 모두를 돕는 일이 되었다.

시급한 현안은 산적해 있고 여소야대 지형은 험난하다. 탄탄한 정책구상을 통해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단기처방과 장기처방, 혁신과 지속가능성을 모두 잡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장덕진 | 서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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