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2년, 절반으로 나누어진 대통령 지지율만큼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것이다. 평가의 준거가 관건이다. 대통령은 스스로를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이라 자부했다. 그렇다면 지난 2년, 새로운 대한민국을 여는 ‘혁명정부’로서 공과를 다루어야 하나? 점차 이 기준을 고수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듯하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은 높이 사지만, 시민들이 촛불을 들며 그렸던 ‘나라다운 나라’와는 갈수록 거리가 느껴진 탓이다. 시대적 가중치를 빼버린 수평 비교, 씁쓸하지만 덜 실망하기 위한 평가 기준의 하향이다.

무엇이 눈높이를 낮추게 했을까? 여러 민생 주제가 있지만, 내가 익숙한 분야에서 최우선으로 꼽으라면 ‘재정정책’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보수적 알맹이로 채워가며 민생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실 처음부터 엉성했다. 국정운영 5개년계획에 의하면 공약재정 대부분을 초과세수, 기금의 여유자금, 지출 절감 등으로 마련한다. ‘예상’을 넘어서는 초과세수가 어떻게 ‘계획’이 될 수 있는지 의아스럽고, 고용보험기금 등의 여유자금은 이미 존재하는 재원이다. 지출 절감은 사업마다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건만, 앞으로 국가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대규모로 면제하고, 지금까지 대상이 한정되던 민간투자사업은 모든 사회기반시설로 확대하겠단다. 

포용국가를 구현하려면 당연히 뒤따라야 할 조세개혁도 빈약하기만 하다. 낮은 조세부담률을 상향하기 위한 의지는 출범 때도, 지금도 찾아보기 힘들다. “100년을 이어갈 재정정책 개혁의 로드맵”을 목표로 출범했다가 10개월 만에 별다른 성과도 없이 해산한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조세정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남은 3년은 어떨까? 벌써 그림자가 깔리는 듯하다. 경기 침체와 민생고로 정부의 재정 확충이 어느 때보다 강조됨에도 올해 추경예산안은 6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복지 분야에서도 우려스러운 일이 이어지는데, 최근 두 사례는 어두운 미래를 예고한다. 

지난주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는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이는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고 얼마 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언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런데 합의문이 아니다. 기획재정부가 예산 부담을 이유로 동의하지 않아 결국 정부 위원들은 빠진 노사공익위원의 권고문으로 발표되었다. 근래 빈곤계층의 생활이 무척 어렵고 이들을 포괄하는 게 포용국가론일 텐데 정부의 사회정책이 재정부처에 의해 이리도 쉽게 무시된다. 

지난달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이 발표되었다. 이는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5년마다 수립되는 최초의 법정 계획으로,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시행된 지 30년 만에 건강보험의 발전 방안이 법률적 근거를 갖추었다. 그런데 이 계획을 의결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일부 위원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서명심의로 진행되었다. 핵심 논점은 정부의 건강보험 국고지원액의 과소 책정이다. 건강보험법에 따라 정부는 매년 보험료 예상수입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원해야 하건만 올해는 10.3%로 박근혜 정부 때보다도 낮다. 10%도 14%에 ‘상당하는’ 수치라는 게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니 말문이 막힌다. 더 심각한 건 이번 종합계획에 앞으로 올해 수준으로 국고지원을 유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점이다. 애초 ‘문재인케어’의 재정방안을 두고 의문이 제기돼 왔는데, 정부가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가입자에게 보험료 인상을 요청할 수 있을까?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 권고안에 따르면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면 내년에 약 1조원, 완전 폐지해도 수조원이면 가능하다. 또한 정부가 과소책정한 건강보험 재정지원 부족분이 약 2조원이다. 우리가 이를 감당하지 못해 정부위원들이 빠진 권고문을 봐야 하고,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궤변을 들어야 한단 말인가. 작년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약 GDP 21%로 OECD 평균 25%에 비해 4%포인트 부족하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70조원이다. 포용국가를 지향하는 정부라면 ‘돈이 없다’고 엄포를 놓기보다는 최소한 ‘국제 수준까지 세입을 마련하겠다’고 천명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다음주 대통령이 주관하는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다. 내년, 그리고 중기 재정운용의 방향을 논의하는, 봄마다 한번 열리는 자리이다. 산과 들이 초록으로 바뀌듯이 재정정책에서도 변화를 볼 수 있을까? 만약 이번에도 새로운 틀의 ‘전략’을 이야기하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재정 ‘관리’회의로 이름을 바꾸기 바란다.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게 말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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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