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옛 선조들은 대부분 농경시대에 살았다. 인류의 역사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대단히 혁명적인 일이다. 먹고살기 위하여 사냥하고, 채집하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한곳에 정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을 가축으로 길들인 기술이나, 야생곡식을 농작물화한 기술은 지금으로 보면 양자 컴퓨터를 만드는 수준의 혁명적인 기술이 아닐 수 없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농사를 지으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먹거리 해결의 시대에 진입했다. 정주 마을이 생기고, 사회는 분화·발전하였으며, 그 안에서 정치·문화·규율·법·질서 등이 생겨났다. 

지금과 비교하면 당시는 매우 단순한 사회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때의 사람들에게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하루하루를 버티기 위하여 배워야 할 것이 너무나 많은 복잡한 사회였으리라.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방법에서부터 병을 치료하는 방법, 집을 짓는 방법, 가축을 관리하는 방법, 농사를 짓고 요리하는 방법, 필요한 물품을 장터에서 교환하는 방법,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는 방법, 예의범절, 장례와 제사, 글을 깨치는 일, 그리고 과거시험과 나랏일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지식을 얻어야 보통사람들의 일상과 사회, 더 크게는 나라가 평온하게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근대 정규 학교가 존재하지 않고, 또 많은 사람들이 글자를 모르고, 활자화된 정보를 접할 수 없었던 옛날 농경시대에는 젊은 사람들이 삶에 대한 대부분의 지식을 소위 어른들로부터 배웠으리라 짐작된다. 즉 어른들이 경험으로 먼저 얻은 지식을 구전으로, 또 현장에서 다음 세대에 직접 전수하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인생의 스승이며, 삶의 선배가 되었다. 어른들이 가르쳐주지 않으면 젊은이들이 책이나 인터넷을 뒤져 스스로 깨우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아니었다. 물론 사람 사는 세상이라 더 뛰어나고 존경받는 어른이 있고, 반면에 그렇지 못한 어른들도 있었겠지만, 경제사회의 변화 속도가 매우 느린 농경시대에는 먼저 난 사람이 뒤에 난 사람들을 이끌고 가르칠 경험과 지식, 그리고 자격이 있었다. 당시의 어른들이 과거 자신의 경험에 의거해서, 또 자신의 지식에 비추어 젊은이들을 꾸짖고 가르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고, 또 젊은이들은 그런 어른들이 필요하였다. 

이에 비해 디지털 경제와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현대는 복잡도의 면이나 질적인 면, 사회변화의 속도 등에서 전근대 농경사회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과학기술 및 제도적인 혁신에 의해 세상이 워낙 빨리 변하기 때문에 마음을 다잡아 매일같이 새로운 공부를 하겠다는 자세와 습관이 없으면 먼저 난 사람들이 그 변하는 속도와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고 뒤에 난 사람들에게 의존하게 된다. 

먼저 공부하고 경험했다는 것이 반드시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세상의 변화가 그런 것들을 순식간에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예외적인 몇 분야를 제외하고는 경험과 연륜만으로 어른들이 젊은 세대를 안내하고 지도할 능력과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끊임없는 공부와 성찰, 그리고 열린 자세를 견지하지 않으면 어느새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도태되기 십상이다. 

반면 지금의 젊은이들은 앞 세대보다 훨씬 많은 교육과 정보력, 해외경험, 디지털 지능을 가지고 있고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훨씬 우월하다. 이제 오히려 그들이 어른들에게 세상을 가르쳐주고, 디지털 기술을 잘못 쓰면 고쳐주고, 세상에 대한 정보를 보다 자세하고 분석적으로 전해준다. 이제 대학의 교수들마저 세상과 학문에 대한 업데이트를 잠시만 게을리해도 학생들에게 아는 척을 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이렇게 세대 간 역전이 일어나는 것을 모르고 어른들이 옛날 경험과 연륜만으로 젊은이를 가르치고 꾸짖고 한심하다는 눈으로 보게 되면 꼰대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나이가 아니라 현실감을 갖춘 실력으로 가르치라는 얘기이다. 젊은이들이 가르치려는 어른들을 무조건 꼰대라고 하는 것도 잘못된 일이지만, 젊은이들만큼 알지도 못하고 실력도 없는데 무조건 가르치려 하는 것도 잘못된 일이다. 꼰대 탈출법은 그래서 매우 명료하다. 항상 열린 자세로 끊임없이 공부하고 성찰하는 것이 바로 꼰대 탈출법이다. 스티브 잡스에게는 꼰대라는 호칭이 붙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를 그리워한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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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