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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정동칼럼]남부연방을 꿈꾸며 2

경향 신문 2020. 11. 19. 11:35

두 달 전, “남부연방을 꿈꾸며”라는 글을 ‘정동칼럼’(2020·9·17)에 썼더니 친구들이 핀잔을 준다. 교수가 어찌하여 그리 거친 얘기를 하느냐는 것이었다. 지방의 절박한 사정을 몰라도 이렇게 모를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야속했다. 그 칼럼은, 여러 지방정부들이 초광역화를 통해 지역발전 비전을 모색하고 있는 최근의 움직임을 소개하면서, 수도권 블랙홀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초광역화를 넘어 초초광역화까지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 전북 등 지리산 남쪽의 지방정부들이 힘을 모아 ‘서울공화국’ 일극체제를 양극체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남부연방을 꿈꾸며”의 주제였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려면 ‘연방제 수준의’ 국가구조 개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제오늘에 나온 게 아니다. 과감한 지방분권과 자원분산을 통한 균형발전 정책으로 국가의 틀을 재구조화하자는 주장은 민주화 이후 빠지지 않은 개혁과제였다. 그런데 이 개혁과제는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 수도권 집중체제의 기득권이 강고하기 때문이다. 식민지 지배, 전쟁과 분단, 국가주도형 산업화와 군부독재 등으로 우리나라의 중앙집권체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정도가 되었고 그 권력을 동심원의 핵으로 하여 자원이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해결은 우리 사회 기득권체제 혁파와 맞닿아 있으며 풀기가 쉽지 않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지방정부의 초광역화를 통한 지역발전 모색은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겨난 지방의 주체적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이 스스로 중앙집권체제 문제를 개혁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지난 두 달 동안 지방정부의 초광역화 논의는 의미 있게 발전하고 있다. 대구·경북에선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가 행정통합을 하기로 합의하고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여 시·도민 공론화를 시작했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김경수 경남지사와 송철호 울산시장,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이 합의한 ‘부·울·경 메가시티 비전’이 최근 행정통합 논의로 나아가고 있다. 광주·전남에서도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다소간의 입장 차를 해소하고 행정통합 원칙과 방향에 합의했다. 전북에서도 송하진 전북지사가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초광역 경제권 그림을 그리고 있다. 충청지역에서도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경제공동체 만들기, 행정통합 등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모양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비슷한 문제의식으로 강원도는 평화특별자치도 비전을 다듬고 있다.

불과 몇 달 사이 솟아오르고 있는 지방정부들의 노력은 벼랑 끝에 내몰린 지방의 절박한 현실의 발로이다. 더 이상 중앙정부의 시혜적 조치들만 믿고 기다릴 수 없다는 절망감에서 지방이 자기주도적으로 살길을 찾고자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지방이 살기 위해 스스로 나섰다는 것이 그간의 정세와 다른 점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뭔가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연방제에 준하는’ 자원과 재량권이다. 세제를 바꾸어서 지방세의 비율을 높이고 재량권을 확대해야 한다.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치권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자원을 효율적으로 조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현실적으로 국가가 이 문제에 대해 손뼉을 마주쳐야 한다. 중앙정부, 국회, 청와대가 뜻을 함께해 주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정세균 국무총리가 전국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이런 흐름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비전을 공유한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였다. 그런데 역시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의지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의지가 강한 지도자이다. 대통령 후보 시절에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하겠다는 공약도 했다.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는 개혁을 하려면 적지 않은 제도적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종국에는 지방분권 개헌까지 필요할 수도 있다. 여기에는 기득권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지방이 힘을 모아 그것들과 싸우겠지만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방정부의 초광역화 과제를 대통령 의제로 채택해 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은 이 문제 해결의 열쇠를 잘 파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앞장서고 진보·보수, 여야가 손잡고 지방의 미래를 위해, 국가 재구조화를 위해 ‘연방제에 준하는’ 정치개혁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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