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순방길의 문재인 대통령이 ‘당·정·청 고위 관계자’들에게 화두를 던지듯 “대입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또 한번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는 것을 느낀다.

‘조국 사태’에 쏟아진 그 많은 감정과 말들 중에 공통적이며 공공적인 고갱이가 있다면 바로 ‘교육개혁’일 텐데, 과연 대통령과 ‘당·정·청 관계자’들은 사태와 해법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결론부터 말하면 수시든, 수능이든 대입제도 개편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대입제도는 구조적인 교육 ‘불공정’과 경제적 불평등의 한 가지 고리일 뿐이다. 

대통령과 ‘당·정·청 관계자’들(화두를 받은 이들은 대체 누구인가? 교육개혁을 책임질 수 있는 분들인가?)은 정권 출범 때 천명한 ‘100대 국정 과제’를 당장 다시 꺼내보시길 바란다. 49번 “유아에서 대학까지 교육의 공공성 강화”, 50번 “교실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 51번 “교육의 희망 사다리 복원”, 52번 “고등교육의 질 제고 및 평생·직업교육 혁신”, 그리고 76번 “교육 민주주의 회복 및 교육자치 강화”다. 다 좋은 명제다. 이런 과제들은 서로 얽혀있고 부동산과 지역 불균등 문제까지 연관되어 있다. 저 과제 하나하나가 꾸준히 제대로 실천될 때만 절망적 ‘불공정’과 그에 따른 분노와 환멸은 치유될 길이 열릴 것이다. 그런데 저 중에서 ‘당·정·청’은 무엇을 했나? 그리고 왜 못했나? 

문재인 정부의 전·현직 교육 부총리는 교육 주체들에게 정말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아무 일도 안 했다. 또는 못했다. 지난 5월2일 유은혜 부총리가 4개 교수 단체들을 한자리에서 처음(그리고 마지막) 만나주었을 때, 참석자들은 유 부총리와 교육부를 심하게 질타했다. 기실 큰 기대가 분노로 바뀌어가던 사람들의 호소였다. 격한 말을 많이 들은 유 부총리는 얼굴까지 붉어졌다. 부총리는 고충을 토로하다가 교육부보다 더 힘센 기재부를 탓하기도 했다. 실제로 기재부는 공영형 사립대 설치를 위한 예산을 800억원에서 0원으로 만들어버렸다. 강사법 실시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예산도 쥐꼬리만큼 배정했다. 교육 불평등이나 고등교육 개혁에 대한 경제관료들의 무지 때문인지, 적폐세력의 농간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기재부만은 아니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교육 문제에 대한 무관심(이 정부 청와대에는 교육 문제를 담당하는 수석비서관이 없다!), 교육부 내부의 뿌리 깊은 관료주의와 적폐, 그리고 정치인 출신 부총리 스스로의 한계가 겹쳤을 것이다. 물론 자유한국당의 ‘겐세이’는 상수다. 

교육 관련 국정과제와 대통령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면 되는지, 교육 주체들은 나름 많이 연구하고 계속 이야기해 왔다. 대입 정시 비율을 서서히 높이고 수시 전형을 더 공정하게 하는 것이나 자사고·특목고 등으로 위계화된 고교 제도를 개편하는 것뿐 아니라, 대학 개혁이 더 크다. ‘SKY’로 상징되는 학벌체제를 해체하는 것, 서울대 학부를 폐지하고 서울대를 진짜 연구중심대학으로 개편하는 것, 국공립대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 국공립대를 육성하는 것, 공영형 사립대 제도를 도입하고, 사학비리를 모조리 캐내 엄단하고 사학법을 개정하는 것 등등이다. 

교육개혁의 방향을 정하는 일도 쉽지 않지만 어떤 힘으로 어떻게 합의를 도출하고 어떤 수순으로 해나갈 것인가도 난제다. 따라서 ‘당·정·청’의 대오각성뿐 아니라 교육부 자체의 개혁,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창출할 리더십과 논의 구조가 절대 필요하다. 아니라면 ‘수능 대 수시’ 같은 비본질적이고 전제 자체가 잘못된 논란 속에서 시간과 힘을 쓰게 된다.  

정말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조국 대란’이란 진통을 겪으며 다시 기회가 왔다. ‘당·정·청’은 과연 교육개혁을 시도할 의지나 능력이 있을까? 나는 아직도 기대와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시민들의 여론은 여전히 갈라져 있지만, 논란에서 정략적 이득을 보려는 한국당과 일부 세력을 제하면 시민들의 큰 뜻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촛불을 통해 겨우 물꼬를 튼 사회·경제 개혁을 통해 이 나라를 진짜 평등하고 정의로운 나라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는 것 아닌가. 문재인 정부는 환멸과 선동정치의 아수라장 속에 시민들을 방치하지 말고 사즉생의 각오로 개혁을 위한 공감을 다시 아래로부터 모아야 한다. 법만능주의와 ‘강남좌파’의 한계를 넘어 사회개혁을 성공시켜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를 제대로 구성하고, 필요하면 교육부총리를 교체하거나 교육수석 자리도 새로 만들어 교육개혁의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효과가 클 것 같다. 위기는 기회다. 이제는 정말 마지막일지 모른다.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