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현장의 교사, 교육전문가, 개별 대학, 교육시민단체 등이 새 대입정책에 대해 상이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동시에 교사, 학부모, 학생, 대학과 사교육 시장까지 제각기 적응 방법을 놓고 주판알을 튀기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실망이 커서 이 논란에 말을 보태기 싫다. 그러나 자라나는 미래 세대의 삶이 걸린 문제일뿐더러 현 정부의 국민적 지지를 갉아먹을 중대사인지라 몇 가지를 짚어 보자.

첫째, 새 대입정책은 명백히 졸속한 정책 전환이었다. 상당한 갈등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작년 여름에 2022학년도 대입제도를 확정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정치적 변수 탓에 느닷없는 변화를 교육현장에 강요한 셈이다. 더구나 대통령의 개인적 소신과 의지가 작용했다는 점도 정권에 큰 부담거리다.

둘째, 결과론이지만 교육당국과 교육운동단체 등 전문가집단이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 부정적인 여론을 과소평가한 점도 있다. 돈과 인맥과 문화자본으로 가능한 비교과영역의 각종 ‘스펙’, 달리 말해 공교육과 교사가 책임질 수 없는 범위의 활동이 반영되는 입시는 평범한 서민에게 ‘금수저’를 위한 전형, 상위권 대학의 은폐된 고교등급제가 작동하는 ‘깜깜이’ 전형일 수밖에 없다. ‘조국사태’에 앞서 일부 교수가 어린 자녀를 학술논문 공저자로 올리는 연구부정이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터라 여론은 더욱 냉랭했다.

셋째, 그렇다고 정시 비율을 높이는 정책이 더 나은 대안이 아님도 분명하다. 정시 확대가 ‘금수저’에게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제법 나와 있지만, 수능성적 위주의 입시가 새 시대의 바람직한 제도가 되기는 어렵다. 김종엽 교수의 지적처럼 대학입시의 ‘공정성’은 매우 편협하게 해석되었으며, 우리 사회의 “대략 상층 20%의 관심거리가 아닌 것을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리기란 무척 어렵다”(‘창작과비평’ 2019 겨울)는 점을 입증했다. ‘공정성’이란 이름 아래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공격하며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하는 편협함과 동일한 현상이었다.

넷째, 중요한 대선 공약인 고교체제 개편이 어려워졌다. 교육부는 2025년에 자사고·특목고 폐지를 공언했지만, 그것은 다음 정권의 일이다. 현 정부는 당장 시행령만 개정하면 가능했던 과제를, 학교 평가를 통해 폐지를 결정하는 기존 제도를 어정쩡하게 따름으로써 이미 공약을 어겼다. 불과 얼마 전에 전북 교육청의 전주 상산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를 교육부가 막아섰던 일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뒤죽박죽이다.

이대로라면 2025년에 자사고·특목고를 폐지해도 헌법소원에서 정부가 패할 가능성이 높다. 최선의 자녀 교육을 위해 능력껏 애쓸 권리는 민주사회에서 당연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이 커질 것이다. 

고교체제 개편은 어쩌면 학종의 폐해 극복보다 한층 절실했다. 정책 당국이 우리의 중등교육을 정상화할 의지가 확고했다면, 최소한 이명박 정부 이후 난립한 ‘자율형 자사고’들을 일괄해서 없앤 후 단계적으로 더 오래된 학교들을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하거나 없애는 쪽으로 나아갔어야 한다.

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발표에서 교육부는 “현행 객관식 평가방식으로는 미래인재 양성에 한계”가 있어 사회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교육 비전과 이를 담아낼 새로운 수능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새 수능체계는 2025년에 전면 실시할 계획이라는 고교 학점제에 발맞춰 2028학년도부터 도입한다고 하지만,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일정이다.

유일한 해법은 현장 교사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북돋우는 길이다. 교육부도 보도 해명자료를 통해 정규교과과정 내의 비교과영역은 대입에 반영한다고 밝혔지만, 학종을 없애고 수능과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전부 바꾸더라도 공교육 교사의 진취적 노력이 숨쉴 영역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그것이 고등학생들이 문제풀이와 점수따기에 질리는 와중에도 양서를 한 권이라도 더 읽는 길이며, 그나마 고교 학점제로 가는 징검다리이다.

물론 근본적인 대책은 우리 사회의 상층 20%가 무관심한 개혁 과제에 투자하는 것이다. 가령 우리의 ‘흙수저’ 청년들은 전문대학에 많이 다닌다. 전문대학의 절대 다수는 사립이며, 일반대학도 80%가 사립이다. 따라서 ‘공영형 사립대 사업’으로 이들 교육기관의 질을 높이고 대학의 구조조정도 순조롭게 해내야 한다. 대입 문제를 대입제도 개편으로 풀 수는 없다.

<김명환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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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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