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과정과 관련해 많은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중에서 핵심적인 것은 공적인 발언과 행동에서 그렇게 도덕성과 공정성을 외치던 사람이 사적으로 정반대되는 되는 행위를 하는 이중성일 것이다. 조국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견해, 그가 대표하는 ‘386세대’의 구조적 모순 등 이를 설명하려는 시도 역시 많이 제기되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보통사람과 달리 유난히 도덕성과 공정성을 외치던 사람이 어떻게 그 정반대되는 행위를 하고도 장관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인가이다.

이런 주장들은 모두 일리가 있지만 한국 사회가 이러한 행동에 익숙할 수 있는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한국 사회는 고도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목적이 수단을 합리화했다. 그 수단 가운데 혈연, 학연, 지연으로 연결되는 신가족주의 구조와 행태가 나타났다. 한국 사회는 계급화도, 계층화도 아닌 눈에 보일 정도로 크지도 않고 상당히 유동적인 혈연, 학연, 지연의 단위가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영향을 끼쳐왔다.

조국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17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예방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권호욱 기자

이렇게 미시적으로 전개되는 신가족주의의 행태는 밖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나 법 밖의 영역에서, 국가적 차원이나 각종 경제 단위 및 사회적 차원에서 무차별적이고 일상적으로 일어나 아주 자연스럽고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여겨져왔다. 이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혈연에 입각한 가족주의다. 가족주의는 정상적인 가족애 차원을 넘어 배타성을 띠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일그러진 모정이 그 핵심을 이루고 있다. 드라마에서 흔히 나타나는 대사 중 ‘엄마니까 자식을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모정의 반사회성이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이런 신가족주의의 행태는 교육수준과 관계없이 나타난다. 오히려 고학력일수록 더욱 심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수준이 도덕성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교육 그 자체는 도덕성을 보장할 수 없는 도구에 불과하다. 고학력자가 오히려 도덕 불감증에 빠질 수 있는 배경이다. 더욱이 여야, 보수 진보, 노조 등 조직과 성향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국 청문회는 이런 한국 사회의 배경을 잘 보여주었다. 고학력자인 부부가 어떻게 배타적 가족주의를 실천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스펙을 쌓는 데는 대학교와 국민(초등)학교 동창관계가 그 배경에 있고 자금관리에는 5촌이 개입된 정황이 드러났으며 사학재단은 아예 가족경영이 그 핵심이었다. 가족을 위해서, 특히 자식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하든지 관계없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일그러진 모정의 단적인 사례다.  

대외적으로 큰 명분을 위해서 싸워왔던 조국 장관이라 할지라도 신가족주의 관행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그의 몸속에서 체화되고 일상화되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한국 사회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새로운 재능을 찾겠다는 미국식 제도의 무차별적인 도입은 오히려 신가족주의 관행을 합리화해주는 아이러니를 낳았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졌던 가족주의의 행태가 대외적으로 노출되었을 때 개인과 가족을 분리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가족주의가 그러한 분리를 용인하기 때문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여당 측이 한국적 사회의 특수성을 외면한 채 법 논리로 후보자 개인과 그 가정을 분리하려는 노력에서, 문제가 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법적 형식주의를 논하는 한국적 이중성을 다시 보게 된다.

이런 배타적 가족주의는 산업화 시대를 넘은 시장주의의 환경에서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이전엔 국가로부터 특혜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인 신가족주의는 시장에 가져오는 불안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서울 지하철노조에서 보여준 가족 챙기기, 자식의 취직을 둘러싼 인사비리, 자식들을 연구에 끌어들이는 행위 등이 이의 좋은 사례다.

왜곡된 가족주의는 한국 사회를 개인주의가 아닌 사욕주의 사회로 내몰고 있다. 개인주의가 타인과의 적정거리를 인정하고 타인의 이익을 인식하고 있다면 사욕주의는 철저히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배타성에 근거하고 있다. 이러한 사욕주의는 철저한 법 집행에도 불구하고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시민사회, 즉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사회성이 보장되지 않고는 어렵다. 뉴욕에서도 유태인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세다고 한다. 우리와의 차이점은 학교 전체를 개선하여 자식들이 덕을 보게 한다는 것이다. 조국 사태가 일회성 스캔들에서 끝나지 않고 가족주의에 기반한 사욕주의를 극복하는 기폭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하용출 | 미국 워싱턴대 잭슨국제대학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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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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