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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보편복지인 무상급식은 좌파 정책’이라며 일방적으로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 소식을 접한 순간, 무상급식이 선거 쟁점이던 몇 해 전의 신입생 정시 모집 면접시험이 떠올랐다. 무상급식과 관련한 질문에 대부분 지원자는 의무교육을 근거로 찬성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눈칫밥을 먹던 자신이나 친구의 상처를 사례로 들며 찬성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조리있는 답을 해야 하는 자리에서 마음의 상처를 말하며 흔들리던 눈동자들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함께 먹는 밥, 바로 급식이 아이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예민한 문제라는 걸 그때 간파했다. 학교가 친구와 함께 마음껏 공부하고 밥 먹고 뛰어놀며 어울리는 공동체이길 바라는 마음들을 읽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아이들의 마음은 뒷전이고 어른끼리 이전투구 중이다. 아이들이 ‘무상급식을 주장하면 좌파’라는 말을 들으면 그 기분이 어떨까 궁금해진다.

복지의 관점에서 무상급식을 놓고 갑론을박한 건 최근의 일이다. 본래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의 완전한 실현을 상징하는 지표였다. 제헌헌법 제16조는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적어도 초등교육은 의무적이며 무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무교육은 곧 무상교육을 뜻한다는 걸 이승만 정부도 잘 알고 있었다.

6·25전쟁이 끝나자마자 유엔 아동기금을 받아 아이들 급식부터 챙겼다. 이후로도 식판에 밥과 반찬을 챙겨주는 온전한 급식이 아니더라도, 정부는 줄곧 원조를 받거나 재정을 투여해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확대하려 노력했다. 박정희 정부는 1978년에 이를 법제화한 학교급식법안을 마련했다. 비록 완전 무상급식의 실시 시기는 확정하지 못했지만, 학교급식 대상자를 ‘의무교육을 받는 학생 전체’라고 명시한 것에서 박정희 정부 역시 무상급식을 의무교육의 일환으로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990년대 들어와선 무상급식에 앞서 완전급식을 실시하라는 요구가 높아졌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등 사회 변화에 발맞춰 학부모가 식비를 부담하더라도 모든 학교에 급식시설을 갖추는 게 급선무라는 얘기다. 교육부는 제7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1992~1996)을 수립하면서 1997년부터 초등학생에게 완전급식을 실시한다고 약속했다.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후보들이 제각기 다른 학교급식 공약을 내놓았다. 민자당의 김영삼 후보는 초등학교 완전급식을, 민주당의 김대중 후보는 초등학교 무료급식을 약속했다. 국민당의 정주영 후보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무료급식 공약을 내세웠다.

최초의 완전급식을 이룬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지자체였다. 1996년 대전시 유성구 관내 16개 초등학교 전체가 완전급식에 들어갔다. 유성구의회의 의결을 거쳐 유성구청이 급식시설비를 지원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를 두고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최대의 치적이라는 찬사가 잇달았다.

완전급식 시대를 맞은 2000년대에는 무상급식이 화두로 떠올랐다. 2000년과 2004년 총선을 거치면서 여당인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각각 무료급식과 무상급식 확대를 제시했을 때 한나라당은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았다. 무상급식이 정치 쟁점화된 것은 지방선거에서였다. 무상급식은 2010년 교육감 선거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고 결국 승패를 갈랐다. 무상 원칙이 의무교육의 핵심 원리라는 주장이 통한 것이다. 이후 무상급식은 지자체별로 형편에 맞게 실현되면서 마침내 전국화되었다.

이처럼 완전급식에서 무상급식까지 학교급식의 시대를 활짝 연 것은 정부가 아니라 지자체였다. 지방자치라는 지역 차원의 민주주의가 학교급식을 무상급식의 단계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와 홍준표 경남지사가 18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경남의 학교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따른 격론을 벌인 뒤 도청을 나서며 다시 신경전을 벌이며 대화하고 있다. _ 연합뉴스


2015년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이 지방자치의 힘이 낳은 소중한 성과를 한순간에 없던 일로 돌리려 하고 있다. 홍준표발 무상급식 논란에 박근혜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교육부도 웬일인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태도다. 무상급식은 교육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듯하다. 혹여 박근혜 정부가 무상급식을 보편과 선별로 갈라 다투는 복지 담론 안으로 끌어들여 이를 종북좌파 프레임으로 엮으려는 일각의 시각에 동조하고 있다면, 다시 현행 헌법 제31조 3항을 살펴보길 권한다.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 유신헌법 제27조 3항도 똑같다. 박정희 정부도 의무교육은 무상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고자 무상급식 실현에 노력했음을 상기하기 바란다.


김정인 | 춘천교대 교수·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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