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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환경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는 언니가 있다. 에너지를 허투루 쓰는 일이 없다. 겨울엔 난방을 거의 하지 않고 여름엔 에어컨을 함부로 켜지 않는다. 얼마 전엔 베란다에 미니 태양광도 달았다. 아끼는 걸 넘어 에너지를 생산하고 싶다며. 쓰레기 문제에도 민감해서 손수건과 텀블러 사용은 기본이다. 언젠가 바빠서 음식을 배달시켰더니 일회용품이 한가득이더라며 이젠 배달을 삼가고 어쩔 수 없을 땐 집에서 그릇을 가져가 담아올 정도다.

어느 날 카톡으로 언니에게 물었다, 언니는 왜 그렇게 애쓰며 사는지. 언니 말이 동식물이 살기 힘들고 자연생태계가 망가지면 사람이 살기 어렵다고, 잠시 스쳐가는 삶인데 편의만 앞세워서 환경을 망쳐 놓으면 후대 사람들은 어떡하냐고 한다.

그런데 이런 언니네 차가 경유 SUV다. 언니는 운전면허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집 차가 그렇다. 왜일까? 정부의 ‘클린디젤’정책 탓이 컸다. 형부의 출퇴근 거리가 멀어 세금이 낮은 경유차가 더 경제적인 데다 ‘디젤이 클린’하다니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클린디젤정책의 잘못이 조금 알려진 요즘엔 경유차 모는 걸 마음에 걸려 한다. 얼마 전 언니가 물었다. 경유차가 미세먼지 주범이라는데 사람들이 1년 내내 운전하는데도 미세먼지가 겨울과 봄철에 더 심한 걸 보면 그렇지 않은 게 아니냐고. 아무래도 중국이 문제 아니냐고 한다. 중국이 미세먼지에 영향을 미치는 건 맞다. 하지만 중국 스스로 대기오염을 견디지 못해 에너지정책을 바꾸면서 중국 비중이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게다가 국가 경계를 넘나드는 환경문제 해결엔 시간이 걸리기에 국내 조치부터 먼저 취하는 게 현명한 접근이다. 경유차를 늘 몰아도 계절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 차이가 발생하는 건 기상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쌓이다가 바람이 쓸어가기도 하고 비가 씻어 가기도 한다. 겨울과 봄엔 이런 기상조건이 없으니 더 심하다.

시민과 기업의 선택과 행동에는 정부의 정책 신호가 참으로 중요하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 자동차 총 누적등록대수는 2016년보다 3.3% 늘어서 2252만대가 넘었다. 연료별로 보면 휘발유차가 약 1037만대로 2011년 49.7%에서 46.0%로 다소 준 데 비해, 경유차는 958만대로 같은 기간 36.4%에서 42.5%로 늘었다. 경유 승용차와 경유 승합차가 각각 546만대와 73만대로 약 620만대에 달했다. 2018년 들어 9월 말까지 휘발유자동차는 19만6960대가, 경유자동차는 27만7850대가 더 늘어 전년 말 대비 각각 1.8%, 2.9%씩 늘었다. 미세먼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유차 판매 증가는 휘발유차를 넘어 꺾일 줄 모른다. 환경에 더 큰 부담을 주는데도 경유가격이 더 싸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경유차 세율 조정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11월6일부터 6개월간 유류세를 일괄 15% 인하하기로 했다. 대도시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인 경유차 증가를 그대로 두고 어떻게 미세먼지 문제를 풀지 의아할 따름이다.

지금 세계는 전기차시대를 향해 가고 있다. 기한은 2025년부터 2040년까지 다소 다르지만 노르웨이,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인도 등이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선언했고 미국과 중국은 전기차 의무판매제 도입을 선언하였다. 물론 전기를 뭘로 만들 것인가도 중요한데 이 국가들에선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이 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내연기관차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고 전기차 생산은 요원해 보인다. 이대로 있다간 경제가 휘청거릴지도 모른다. 지난 10월8일 인천 송도에서는 1.5도 기후변화 특별보고서가 채택되었다.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온도 상승을 막는 건 과학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에서의 실현은 정책과 실천에 달려 있다. 이젠 정말 달라져야 한다. 정부는 지금 어떤 정책 신호를 주고 있는 걸까?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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