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반성장을 위한 정책들을 법률화하려는 움직임이 2년여 만에 다시 대두되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자들은 이익공유를 비롯해 동반성장 방책을 쉽게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업은 이익만 극대화하면 되는데 웬 딴소리냐며 반발하고 있다.

기업은 과연 이익만 극대화하면 되는가, 기업의 다른 역할, 즉 사회적 책임(CSR)은 외면해도 되는가? 이 기회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나의 생각을 개진하고자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을 올리는 것이다.” 1970년 밀턴 프리드먼은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업은 이익을 올리는 것 말고도 고용을 제공하고, 공해를 피하는 일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주장들에 단호하게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유로운 사회의 토대를 잠식하는 지적 세력의 꼭두각시들이라고까지 하였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1976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그는 자유주의 경제이론의 태두였고 <자본주의와 자유> <선택의 자유>라는 저작으로 자유주의를 설파했다. 그는 평소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주장으로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은 공짜 점심을 제공하라는 의미에서 시장원리와 자유를 해치는 것이라 보았다. 하지만 프리드먼이 맹활약했던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1960년대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대두된 개념이다. 당시 미국의 기업들은 환경 공해, 독과점 지배 등으로 일으킨 사회적 물의에 대한 보상으로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차원에서 자선사업을 시작했다. 주로 기부형태로 이루어진 자선사업은 오늘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좁게 해석하는 오점을 남겼다.

오늘날 기업은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기업활동의 투명성과 윤리성을 요구받고 있다. 나아가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 등에 보다 적극적이고 광범위하게 참여를 요구받는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따라 국제표준화기구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확산하기 위해 2010년 ‘ISO 26000’을 제정했다. 성과의 측정을 위해 지배구조, 인권, 노동, 환경, 공정거래, 소비자, 사회와의 관계 등 7대 핵심과제를 설정하고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우리가 흔히 CSR의 핵심내용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회와의 관계는 7대 과제 중에서 가장 끝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논할 때 가장 먼저 기부나 사회적 공헌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것은 소극적 의미에서의 CSR에 불과하고 적극적인 CSR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ISO 26000’에서는 이미 제시하였다.

적극적 CSR이라 할 수 있는 노동, 환경, 공정거래 분야에서의 CSR의 특징을 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프리드먼이 비판한 ‘공짜 점심’을 제공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노동 분야의 CSR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적정한 임금을 지불하는 것, 공정거래 분야 CSR은 협력사에 적정단가를 보장하고 불공정 거래를 해소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CSR 활동은 결국 기업 생태계를 살리는 상생협력활동으로 귀결될 수 있으며, 기업 간 상생협력은 기업 간 동반성장으로 연결된다.

적극적 CSR 관점에서 볼 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의 기본은 ‘좋은 제품을 경제적으로 만들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협력사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글로벌 경쟁이 ‘개별기업(예를 들면 현대자동차) 대 개별기업(예를 들면 도요타자동차)’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Biz Ecosystem)들(현대 + 협력업체들과 도요타 + 협력업체들) 간의 경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기업이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 지속가능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한 CSR이 반드시 필요하다.

오늘날 동반성장이라는 관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대단히 중요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이해관계자의 역할 및 참여가 증대하고 있다. 이것은 전통적  생산관점에서 벗어나 기업들이 이해관계자 관점(stakeholder view)으로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이해관계자란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고 또 그 의사결정에 따라 영향을 받는 집단을 총칭하며 경영진, 종업원, 소비자, 투자자, 협력업체, 지역사회, 미디어, NGO, 정부 등을 포함한다. 기업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이윤 창출을 위해서는 이해관계자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경영활동이 필요하다. 즉 주주 이익 우선의 경영철학인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의 공존공생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공급망 CSR 개념 강화에 따라 중소기업 CSR의 당위성 또한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가치사슬이 중요해지면서 수출중소기업 성장전략에 대해 CSR은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 특히 수출중소기업이 글로벌 가치사슬(GVC)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CSR에 대한 국제적 표준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국제 경쟁력을 향상시키려면 CSR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일류국들은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규제를 통해 자국 기업들의 책임 있는 기업 관행을 촉구하는 동시에, 자국에서 지속 가능하고 책임 있는 공공조달 비중을 늘림으로써 CSR 국가 브랜드 제고 노력을 하고 있다.

근래에는 기업이 사회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적극적 책임론’이 등장하였다. 이런 시각에서 동반성장 CSR 모델의 개발은 중요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사회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기업 자체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사회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섬과 같다’는 비유가 있다. 이것은 사회의 지지를 얻어야 기업도 지속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업이 있어 소비자가 행복해지고 종업원과 그 가정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는 공짜가 없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한국야구위원회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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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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