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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를 바닥에 깔고 하물하물 푹 익힌 갈치전골로 친구들과 밥을 먹었는데, 한 친구가 오랜 날 심리학 상담공부로 얻은 재미난 얘길 꺼내더라. 혼자든 여럿이든 우울증을 앓는 이가 사는 집엘 가보면 3가지 무덤이 있대. 첫째는 ‘신발 무덤’. 아파트나 어디 문을 열면 현관에 오만가지 신발이 다 나와 나뒹군대. 신발이 삐툴빼툴 놓인 집엔 들어가고 싶지 않아. 둘째는 ‘옷 무덤’. 거실에서부터 군데군데 옷무더기들이 마치 공동묘지 봉분처럼 봉긋 솟아 있고, 빨래는 산더미가 되어야 빨고, 이도 옷걸이 말고 대충 손 닿는 곳에 축~ 널어놓은 집. 셋째는 ‘침대 무덤’. 침실의 이불이며 베개를 가지런히 정리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온갖 옷이며 수건, 잡동사니가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는 상태. 반려견이나 반려묘와 같이 사는 집은 이보다 더 난리굿도 아닐 것이다. 바빠서도 아니고 게을러서는 더더욱 아닌, 이건 정신적으로 아픈 상태. 지금 이 순간 처리해야 할 일을 다음으로 미루는 게 습관이 되면 인생은 이미 새까만 어둠속. 노후에 불행한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이미 ‘갖가지 무덤’에서 살아온 사람이란다.

가장 청결하고 아늑해야 할 집을 뒷전으로 두는 이가 어찌 자기 자신을 살뜰히 돌보겠는가. 가사도우미를 두면 내가 이렇게 살겠냔 버럭 소리도 애먼 남 탓과 핑계. 직장에서나 집안 살림에 딱 ‘5분’ 뒤처리 시간을 가지면 쾌적하고 산뜻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충청도, 서울, 경기도를 돌며 며칠 우중 순례를 했다. 하루는 면천 골짝에 귀농하여 사시는 불교학자 이학종 샘 댁엘 찾아갔다. 첩첩산중 흙집에 두 식구가 아주 다복한 살림을 살고 계셨다. 보통 농사꾼 집엘 가보면 지푸라기가 방에 들어와 앉아 있는데, 가지런히 정돈된 책이며 살림살이, 다구와 햇차가 길손을 환대해 주었다. 마음밭을 이처럼 잘 가꾸고 사는데 산밭은 오죽하겠는가. 농사지은 감자로 군입거리 삼으면서 “예수님 믿고 극락갑시다잉” 손 흔들고 헤어졌다. 마음공부가 별것인가? 당신이 머무는 자리를 청정하게 가꾸라.

 

임의진 목사·시인

 


 

연재 | 임의진의 시골편지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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