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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사고나 국가폭력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태도는 비정상적일 때가 많다.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과 아픔을 나누려 하기보다 오히려 돌을 던지는 식이다. 세월호 참사 때도 유가족·시민과 반목했다. 유족을 노숙인에 비교하거나 이성을 잃은 집단으로 몬 것이다. 국정 책임자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죄의식이나 부끄러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겉으로는 유족이 과도한 특혜를 요구하거나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를 댔다. 그보다는 전대미문의 참사 앞에서 정권의 부담을 덜기 위해 유족과 국민감정을 억누르려고 하다가 반발하자 급기야 적대감을 갖게 된 측면이 더 컸다.

누구든 정치적 이익과 배치된다고 판단되면 적대하는 행동에서 나치에 부역한 독일의 정치사상가 카를 슈미트의 망령이 어른거린다. 정치는 선악이나 시비에 구애되지 않으며 오로지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것이라는 슈미트의 주장은 한국당의 행보와 정확히 부합한다. 한국당은 사회악이나 부패, 부당한 자본권력과 싸운 적이 거의 없다. 오히려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싸운다. 지지세력이거나 이념적 동지이기 때문일 터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당의 DNA에는 상식과 선의, 배려, 관용, 통합, 도덕, 성찰, 신의 등의 덕목이 들어설 자리가 좁다. 이런 특성은 5·18민주화운동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이종명·김순례 의원은 5·18을 폭동으로 몰고, 유공자들을 괴물집단으로 매도했다. 역사 부정, 헌법질서 부정 행위다. 그럼에도 한국당 지도부는 “5·18에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며 망언 의원들을 감싸고 돌았다. 이번 사태가 일부의 일탈을 넘어 당 전체의 문제임을 시사한다. 한국당에 5·18은 타협 불가의 원칙 같은 존재인 셈이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5.18 긴급대응 시국회의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망언 국회의원 퇴출과 5.18 역사왜곡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20일 밤 7시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우철훈 기자

실제로 한국당에는 5·18에 대해 전두환 신군부세력이 광주 시민을 총칼로 짓밟은 것은 혼란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정치 행위였다는 시각이 엄존한다. 한국당의 정치적 뿌리와 법통이 전두환 신군부와 연결돼 있는 사실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니 5·18을 한국 민주주의의 토대이자 기려야 할 성취로 보는 시민 다수의 입장과 근본적으로 충돌하게 된다. 5·18특별법 제정에 반대하고, 진상조사위 출범을 방해하고 편향적 극우인사를 조사위원으로 추천하는 ‘반(反)5·18행태’가 끊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간헐적으로 한국당 내부 반발이 제기되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성찰이나 체질 개혁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5·18과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한국당의 태도를 요약하면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의식 결여로 표현할 수 있겠다. 죽은 사람을 애도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것은 세계 보편의 관습이다. 더구나 두 사건은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한 국가적 비극 아닌가. 그럼에도 세금을 지원받는 공당이 시민의 억울한 죽음과 대량 학살에 대해 반복적으로 패륜적 행각을 계속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2월 20일 (출처:경향신문DB)

한국당은 자신들의 행보가 헌법 가치에 배치된다는 점을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당은 강령에서 ‘따뜻한 사회 구현’을 혁신 가치로 내세웠다. 또 시민의 인권을 최우선적 가치로 앞세우고 있다. 한국당은 이런 내부 규범을 얼마나 구현하고 있다고 보나. 한국당의 인간미 없는 정치를 곱게 봐줄 시민은 드물 터이다. ‘정치 아닌 정치질’이란 항간의 비판에 더 눈길이 간다.  

일본의 사상가 모리오카 마사히로는 현대를 무통문명으로 정의했다. 쾌락을 좇고 고통을 피하려는 현대사회에서는 타인의 고통이나 아픔, 부끄러움 등에 공감하지 못하고 타인을 일방적으로 짓밟으면서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무통인간이 권력을 가지면 폭력적으로 돌변해 타인을 희생양으로 삼게 되며 몰염치해서 어떤 비판에도 가책을 느끼지 않게 된다. 한국당은 자신의 작은 고통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시민의 큰 고통에는 둔감한 ‘무통정당’ ‘식물정당’이 돼 가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책걸상’ 발언에서도 이런 특성이 드러난다. 탄핵 대통령이 시민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유력 당권주자를 ‘탄핵’하고, 한국당이 그 한마디에 출렁이는 것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정치가 시민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는다면 시민 역시 정치에 대해 예의를 다하지 않게 될 것이다. 한국당이 끝내 자정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외부에서, 시민이 나서서 바꿀 수밖에 없다. 한국당이 국가폭력과 대형 사고 희생자들과 가족들을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대했는가를 기억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끊임없이 기록하고 고발해야 한다.

<조호연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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