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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친구들과 만나면 하는 이야기가 있다. ‘유튜브’다. 퇴사와 유튜브 데뷔가 직장인의 2대 허언이라는 사진이 웃긴 자료로 인터넷에 돌아다닌다. 어떤 친구들을 만나건 유튜브 하면 삶이 좀 재밌어지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다 헤어진다.” 1년 반 전 이 지면에 썼던 문장이다. 단어를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이제는 ‘주식’이다.

주식, 코인 투자에 성공해 큰돈을 벌어들인 사람들이나, 투자 행위를 주 소득원으로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노동시장에서 정의에 대한 기대를 잃어버린 듯한 태도다. 노동시장 진입에 기회의 불평등이 만연하고, 노동시장 진입 후에도 자신의 가치를 노동에서 찾을 수 없자 투자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게 된 것이다.

신기하게도 이는 공정에 대한 환상으로 이어진다. 투자 시장은 공정하다는 환상과 능력주의가 이들을 지배한다. 전통적 노동시장은 이미 불평등하다. 부모의 소득, 자산, 교육 정도, 심지어는 인맥에 따라 가질 기회의 층위가 달라진다는 걸 경험으로 체득한다. 그런 상태에서 반짝 투자로 벌어들인 이익이 자신의 능력인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난다. 실제로 주식 투자, 가상통화로 돈을 번 소위 ‘셀럽’들은 고급정보, 경제 흐름을 읽는 법 등 계속해서 스스로 투자하고 ‘노오력’하는 법을 가르친다. 투자에 실패하면 자본력, 정보력이 빈곤해서 실패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여기에서 능력주의 공정 담론의 기시감을 본다. 우리 사회에서 공정 담론은 “공정이 무엇이냐”라는 논의를 건너뛰고 특정 집단의 기득권을 지키는 방식으로만 토론됐다. 투자로 큰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소수의 청년만이 선택할 수 있는 자산 증식 방식이다. 노력으로 투자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도 환상일 뿐이다. 실상은 금융회사, 토지 개발 관련 공사 등에 다니거나 관련 인맥이 있는 소수만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정보를 사고파는 시장도 이미 존재한다. 마치 절차의 공정만 충족되면 공익이 실현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켜, 기득의 세습 문제는 논의될 틈을 잃는다. 투자 시장이 공정하다는 환상에 갇혀, 이와 같은 불편한 진실은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공정 담론은 능력주의와 같은 길을 걸어왔다. 투자 시장의 이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정말 이야기되어야 할 것은 공공성 혹은 재분배인데도, 이와 같은 변화의 논의를 지연시키거나 차단해 버린다. 내가 벌어들이면 남이 그만큼 뺏기고,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진실은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밟히는 사람의 존재 위에 투자 시장은 호황을 얻는다.

무한경쟁, 각자도생. ‘공정’이란 수사가 감추고 있는 단어다. 입시 경쟁, 취업 준비, 이제는 투자 시장까지 공정이라는 배제의 무기가 쓰이고 있다. 투자와 투기 열풍이 불수록 청년은 안정을 찾기 어려워질 것이다. 투자해서 기득권이 되지 못하면 불안정하게 살 것이라는 감각만 남게 될지 모른다. 뿐만 아니라 제도에 대한 기대도 사라질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은 벼락거지가 되는 세상, 내가 바란 세상은 이런 건 아니었다.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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